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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군주의 외로운 여정

헛된 꿈만 쫓던 시절, 철없던 나는 사람을 바꾸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연금술 같은 헛된 노력은 언제나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그러한 노력들 덕분에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금방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와 행동이 일정한 패턴에 속한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싶어하니까. 그런데 말했듯이 사람이라는 종의 사고와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러한 패턴들 체계적으로 연구한 산물이 바로 심리학 아니겠는가.

디테일로 들어가면 사람마다 상황마다 모두 다르므로 선입견은 주의해야 하겠지만, 대략적으로는 몇 가지 대표적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야를 막론하고 경험이 쌓여 빠른 판단을 위한 패턴이 축적되는 것을 우리는 전문성이라 말한다. 물론 섣부른 오판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패턴 자체가 없다면, 똥인지 된장인지 반드시 찍어 먹어봐야 아는 (나이와 연차를 똥구녕으로 쳐드신) 애송이. 

최근 펜드로잉 배우면서 종종 사람들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느낀 점이 있는데 사람들 생김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잘나면 잘난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몇 가지 패턴이 있다. 물론 디테일은 다르지만 대략적인 패턴은 서로 공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외모 형질도 결국 유전과 자연 선택을 통해 공통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까. 사람의 생김도 생각도 결국 몇 가지 대표적인 패턴이 있기 마련.

실패하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피터 틸 말마따나 성공 유형은 각기 다르지만 실패 유형은 엇비슷하니까. 성공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성공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차별화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성공 방식을 따르는 순간 성공이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아류가 되고 만다. 비록 성공 방정식은 없지만, 모두가 범하는 비슷한 유형의 실패들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면, 성공에 보다 가까워질 수는 있다.

최근에 모신 대표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 이력서를 보면 지금껏 계속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만 해왔다고.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 접고 다시 월급쟁이 되어 만난 회사 대표들은 본인이 차렸거나 물려받은 회사를 급격히 또는 서서히 말아먹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눈엔 그게 뻔히 보였다.

원래 옆에서 훈수 두는 것이 쉽기도 하거니와, 실패 예측은 비교적 쉽다. 말했듯이 성공하는 이유는 제각기 달라도 실패 원인은 대동소이하니까. 세세한 상황은 각기 다르겠지만, 경험과 식견이 있으면 뻔히 보이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래서 '그러시면 안됩니다' 같은 조언을 하면, 결국은 '내꺼 내 꼴리는대로 한다는데 니가 뭔데 지랄이야'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와 ㅆㅂ 너 아니었음 좆될 뻔했네 너무 고맙다' 이런 분은 없었다. 사람은 보통 정말 잘 되는 것 보다 일단 내 맘대로 하는 것을, 다시 말해 미래의 성공보다 당장의 자존심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원래 창업가나 대표들은 뭘 하지 말라는 조언보다 뭔가 하자는 제안을 좋아한다는 조언도 들었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만, 스티브 잡스 말마따나 하지 않아야 될 일들을 비워나가다 보면 정말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사장이 자기 회사 말아 먹던 삶아 먹던 너는 네 할 일이나 하면서 버티면 되는 것 아니냐는 분도 많은데, 방랑 군주 신세인 나는 좋던 싫던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는 책사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월급쟁이 될 무렵, 지인께서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기왕이면 간접적으로나마 성공 경험 할 수 있는 직장을 고르라고. 그래서 지금껏 월급쟁이로서 다닐 마지막 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월급쟁이로 합류하여 성공 경험을 할 만한 회사를 만나는 것은 내가 다시 창업을 하여 성공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조언해 준 지인은 그럴 수록 더 신중하게 결정을 하라는데, 신중하게 고르고 자시고 할 만큼 기회가 많지도 않다. 그저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에 나름의 최선을 다할 따름.

이제 남의 회사에서 성공 경험을 하겠다는 목표는 버리기로 했다. 날개가 아물고 강풍이 불 때 까지 시간을 벌며 버티면 족하다. 물론 그러다 운 좋게 성공 경험을 한다면 너무 좋지만, 말했듯이 이건 내가 바라고 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마음 비우고 어떤 상황에라도 감사하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뻔히 보이는 실패를 범할 때, 물론 그러면 안된다고 말은 해줘야 하겠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고 끝까지 쫒아가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실상 운명의 굴레에 잡혀 사는 인간이란 존재에 따뜻한 연민의 미소를 띄울 수 있는 보다 큰 사람이 되고 싶다.

대기만성 운칠기삼

어머니께서는 왕년에 충무로 의상실 디자이너였다. 다시 말해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 그런 어머니 연세도 일흔을 훌쩍 넘겼고, 당연하게도 나이가 들 수록 여러모로 노쇠해 지셨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본인 발언이나 결정에 대한 지적을 받는 상황에 예민하게 반발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어머니 젊은 시절에는 이러지 않으셨다. 철 모르는 어린 내가 하는 지적조차 귀담아 들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기에는 기력도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 어쩔 수 없고 그럴 수 있다. 이해해 드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젊은 사람들 조차 나이드신 어머니처럼 타인의 지적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자성의 미덕이 있냐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심지어 스타트업 한다는 사람 중에도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늙어버린 멘탈로 혁신가를 자처하는 것이다.

대중 매체에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가 종종 등장하는데, 현실에서 이런 리더는 재앙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따라서 틀린 결정은 재빨리 번복하는 자가 정말 탁월한 경영자이다. (약속을 뒤집어 신뢰를 저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경영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스스로 머리가 되어 직원을 수족으로 부리는 자와, 엔드류 카네기 묘비명처럼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모아 위대한 일을 하도록 판을 짜는 자. 전자가 딱히 나쁠 것은 없지만, 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준걸을 담을 큰 그릇이어야 한다.


지피지기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바를 간절히 찾는데다 운까지 따르는 자만이 대업을 이룬다. 그런데 지피지기도 어렵고, 자존심보다 큰 간절함을 갖는 경우도 드물고, 운도 항상 따르는 것이 아니니, 때를 만나 인재를 중용하여 세상을 바꿀 가능성은 참으로 희박한 것이다.

흔히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자는 바로 자신이라 말하지만, 자기 요구 사항을 정확이 아는 클라이언트는 없다는 격언처럼 자기를 아는 이는 드물다. 편견과 자존심 같은 잡음 때문에 스스로를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지금 나를 안다 한들 세상도 나 자신도 끊임없이 변한다.

성공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크다. 성과가 클 수록 사람이 기여한 비중은 작고 운이 기여한 비중은 크다. 실제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 대부분이 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직 자기 노력으로 성공을 이뤘다고 믿는 자는 소인배거나 딱 그 만큼의 경험만 한 것이다.

아무리 사람이 모자라도 운이 정말 미친듯이 좋으면 잘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에게 운이 무한정 집중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하는 결정과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성공 가능성 또는 한계를 가늠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운이 따르더라도 결국 실책으로 날려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에서 운칠기삼 고사성어는 참으로 적절하다. 칠의 운이 와도 내가 삼은 해야 온전한 십을 채울 수가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십의 업적을 이뤘어도 실제 내가 기여한 바는 끽해야 삼 이하.

알찬 회의를 위한 자세와 원칙

아이디어맨의 첫 째 자질은 일단 의견 많이 내는 것이고, 둘 째 자질은 자기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채택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타점이지 타율이 아니다. 그런데 보통은 낮은 타율 염려하며 자체 검열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똑똑해 보이기를 원한다. 똑똑해 보이는 첫 째 방법은 모자란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고, 둘 째는 모자란 발언을 비난하는 것이다. 여기에 참신한 발언까지 하면 금상첨화지만, 앞의 두 방법과 상충되는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라 이를 꺼린다. 바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참신할 수도 있는 발언도 아끼는 것이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확실한 의견만 낸다고? 더 들을 것도 없는 헛소리. 조직 내에서 이미 똑똑한 척이 일상이라는 반증.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삼진도 많고, 마이클 조던 에어볼 횟수도 많다는 상투적인 예시로 반박을 갈음하겠다.

어떻게든 내 주장만 관철시키는 것도, 서로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마찰 없이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아닌, 나를 포함한 모든 회의 참여자의 의도와 방안을 최선의 것으로 바꾸는 것, 나는 이것이 회의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본다.

‘문자로 끝내자. 전화로 끝내자, 이메일로 끝내자’ 이런 말 하는 사람 치고 결국 직접 만나서 논의하는 것 보다 시간 더 쓰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혹시 내가 기억 못하는 사례가 있을까 싶어 거의 없다고 말한 것이지 사실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오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을 포기한 소통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는 없다.

미팅은 대면이 정석이다. 다만 사안이 경미하여 단답 수준 논의만 필요하거나, 아니면 너무 시급하여 모이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을 때나 약식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아닌데 단지 시간 좀 아끼자고, 다시 말해 그저 모이기 귀찮아서 대면 회의를 생략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화상 회의 효과는 괜찮냐? 아니. 2D 3D 차이도 크다. 화상 회의는 여간해서는 모이기 어려운 여건에나 쓰는 보완재. 같은 곳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느냐 아니냐도 차이가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생겨먹었다. 이를 알지 못하고 당장의 편리만 취하려는 자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회의 많은 회사 치고 잘 되는 회사 없다고들 한다. 피터 드러커는 회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조직의 직무 구조 설계가 잘못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라 말했다. 또한 이상적인 조직에서는 회의 자체가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문제 없는 이상적인 조직은 없으며 따라서 회의는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인 회의를 하려면 회의의 본래 목적과 방법을 바로 알고 제대로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항상 최고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조바심을 버려라

하다못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뭐라도 하나 팔아보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종종 들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도움이 된다. 도움 되는 측면은 다름 아니라 원가 구조가 극단적으로 단순한 상황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경계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듯.

초기 온라인 쇼핑몰 판매에 있어 원가와 판매 가격은 정해져 있다. 불확실한 요소는 과연 구매가 얼마나 많이 발생할지 뿐인데, 심지어 하나도 팔리지 않는다 한들 내가 입을 손해의 최대치는 빤하다. 처음부터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감당 못할 위험에 빠질 일은 없다. 이렇게 원가 구조가 명확한 이유는 당장 인건비 발생하지 않기 때문.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어지간히 잘 되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인건비가 들지는 않는다.

직원 월급 줘 보면 시간은 곧 돈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인건비는 장사가 잘되건 말건 달마다 따박 따박 발생한다. 원가 구조에 인건비가 포함되는 순간 사업의 복잡도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달라진다. 내가 입을 손해의 최대치도 한계가 없다. 사업은 시간이 흐를 수록 자본을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만다. 원가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괴물을 봉인할 충분한 매출을 만들거나 잡아 먹힐 시점을 당분간 뒤로 미뤄줄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스타트업 IT 사업은 원가 구조가 모호하다. 판매 가격은 커녕 무엇을 팔 지도 정해져있지 않은데, 원가 구성 대부분은 인건비. 들어올 돈은 기약이 없는데, 들어갈 돈은 가늠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밀 빠진 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잠재 가능성이 클 수 있다. 대기업도 R&D 명목으로 씨를 뿌린다. 하지만 대기업 R&D 지출 규모는 매출의 극히 일부.

식당 매출은 객단가와 회전을 곱한 값인데, 식당 객단가는 뻔하다. 유명 맛집 메뉴 구성과 상차림이 단촐한 이유는 결국 회전을 높이기 위함이다. 반면 스타트업 객단가는 천차만별. 광고로 매출 낸다는 말은 다른 말로 객단가가 극단적으로 낮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회전이 말도 안되게 높아야 하므로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만큼 많은 사용자의 빈번한 재방문이 필수적이다.

현금 흐름은 기업에게 있어 피와 같다. 아무리 고귀한 사람도 피가 마르면 살 수 없듯이, 참신한 시도를 하는 혁신 기업도 돈이 마르면 빚에 짓눌려 망하고 만다.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무리수를 두기 쉽다. 원가 구조가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면 이성은 마비되고 어떻게든 되겠지 심정이 되곤 한다. 기왕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잘르겠다는 근성과 책임감은 스스로 빛더미 블랙홀로 뛰어드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남들은 보지 못한 가능성을 감지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로 했다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금씩 오래 부어야 한다. 본격적인 사업 전개에 앞서 일을 작게 줄일 수록 구조는 단순하고 명확해진다. 사용자 반응도 검증하지 못한 채로 이루어지는 온갖 기능 추가나, 추측과 가정이 난무하는 엑셀 산식으로 이루어진 자금 조달 계획 수립 따위는 의미가 없다. 잠재 고객 또는 투자자를 미리 만나봐야 한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 놓고 싸워야 한다.

스타트업 사업이 온라인 쇼핑몰 단순 판매 만큼 명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가능한 모든 상황을 명확히 하려고 애써볼 필요는 있다. 사업 계획서 작성하거나 사람을 뽑는 것은 그 다음이라도 늦지 않다. 그 전 까지는 개인 취미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해도 충분하다. 어떤 일에 인생을 걸고자 한다면, 섣불리 일을 벌일 것이 아니라, 먼저 오래 버틸 구조와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로서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극복할 적은 다름 아닌 내 안의 조바심이다.

성공은 운과 방향

나는 까라면 까는게 직장인이라는 말이나 주어 섬기는 시니어를 다소 한심하게 여긴다. 주니어는 주어진 일만 열심히 잘 해도 칭찬받지만, 진정한 시니어라면 스스로 판세를 읽고 때로는 직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매출과 영업 이익만 강조하는 사업가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가 정신 없는 사장은 장사치일 뿐이다. 

사실 직장인은 까라면 까는게 맞다. 사장은 기본적으로 장사를 잘 해야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건 그저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을 잘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만, 기초 수준에 머물러서는 결코 탁월할 수 없다. 그러면서 탁월함의 경지를 배척한다면 발전의 여지도 없다.

그런데 가만 보면 반드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고개가 갸우뚱할 의외의 인물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제법 성공해서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은 사람 중에 의외로 더 치고 나가지 못하거나 주저앉는 경우도 많다.

의외의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그 만큼 성공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운을 제외하고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방향일 것이다.

역경을 딛고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 후일담 들어보면 될 때 까지 버티니 성공하더라는 말이 많다.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면 버티는 근성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실은 버티고 버티다 결국 골로 간 사람이 더 많다. 

끝까지 버텨서 성공한 비결은, 물론 능력 노력 근성 따위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능성 있는 방향을 골랐기 때문. 저 아래 금맥 묻힌 땅을 팠기 때문인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땅만 파봐야 결국 무덤 파는 것이고, 물 들어오지 않는 자갈 밭에 죽어라 노 저어봐야 노만 부러진다. 틀린 방향으로 열심히 뛰면 목적지에서 더 멀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성공에는 운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그나마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방향. 조류가 있고 순풍 부는 쪽으로 방향 잡았다면 가만 있어도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 와중에 열심히 노 저으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노 저어 더한 속도는 순풍이 미는 속도에 비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런데 선장은 종종 내가 열심히 노를 저어 지금껏 이 만큼 왔다 착각하고 선원들에게 더 열심히 노를 저어라 닥달한다. 그러다 직원들 탈진하는 경우 부지기수고 때로는 배가 뒤집히기도 한다. 배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거나 바닥에 구멍 나서 물이 들어와도 선장 닥달에 노젓기에 여념 없는 선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배를 짓고 돛을 달고 바다로 밀어 옮기고 조류를 타기 위해 움직이는 시점까지는 인력이 중요하지만, 조류와 바람을 타고나면 방향과 시스템 따위가 더 중요해진다. 많은 창업자들이 이러한 국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관성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원래 변화를 꺼려하고, 아드레날린 중독 상태면 더욱 그러하다.

그로스 해킹 본질과 오해

“What is the trick for the growing fast? Whenever you hear anyone talk about ‘growth hacks,’ just mentally translate it in your mind into ‘bullshit’." - Paul Graham, Founder of Y Combinator

기술 기업 입장에서 무척 섹시한 단어 조합 '그로스 해킹'은 단기간에 엄청난 입소문 효과를 내는 마법 같은 기법으로 곡해되곤 한다. 그래서 폴 그레이엄은 'Growth Hack = Bull Shit'이라고도 했다. 그로스 해킹이 유행하다 보니, 명확한 방향과 가설 없이 단지 여러 피상적 데이터를 다루는 것 만으로 스스로 스마트하게 일 한다 착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그로스 해킹은 입소문 마법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지속적인 실험 과정이다. 언제나 반드시 성공하는 실험은 없다. 션 엘리스가 저서 서문에 언급했듯, 결국 그로스 해킹은 린 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 있는 고객 개발 활동이다. 따라서 본래 의미는 '작은 반복 마케팅(Iterative Lean Marketing)'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로스 해킹 탄생 배경은 세스 고딘의 저서에 제기된 문제 의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처음부터 거대 계획을 세워 메스 미디어에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던 기존 마케팅은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고객 특성과 미디어 환경 그리고 기술 발전 속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메스 마케팅을 그로스 해킹이 대체한 것이다. 폭포수 개발을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 대체한 것 처럼.

‘에어비엔비 런칭하고 1년이 되었을 때 하루 방문자는 백여명에 두 명 정도 예약을 했어요. 노래로 치면 앨범을 냈는데 일년이 지나도 하루에 세 명 듣는 꼴이었죠.’ - Brian Chesky, Founder of Airbnb

초기 기업 대부분은 분석할 데이터 조차 가지고 없다.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은 고객 개발에 성공한 기업의 특권이다. 누릴 수 있다면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록. 과거를 돌아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과거 기록에 미래 방향이 모두 나와있지는 않다.

데이터가 있던 없던 반드시 지켜야 할 의사 결정 원칙이 있다. 방향과 우선 순위가 타당해야 하며, 건전한 의심과 반박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툭 툭 던지는 노이즈에 지나치게 흔들려도 안된다.

실은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으면서 데이터 운운하며 똑똑한 척이나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틀린 결정을 밀어붙이기 위한 통계 자료는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틀린 전제에 기반한 나름 정교한 논리를 얼마든지 쌓아올릴 수 있는 것 처럼.

'모든 연구 조사의 결론은 잠정적이며, 그것을 진행한 사람의 인지적 편향에 영향을 받는다.' - 한나 크리츨로우

유효한 학습을 위한 가설 검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이 없으면 가설이 없고, 가설이 없으면 측정할 지표도 없다. 겉으로는 성장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 결정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그저 촉으로 꼴리는 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웃긴건 그러면서 뭔가를 열심히 측정하고, 그 결과 보면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환호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데이터 분석 놀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열정을 놀이로 비하하는 것을 꺼리지만, 이건 그야말로 놀이 말고 다른 적절한 표현이 없다. 

어쩌면 감으로만 밀어 붙이는 것 보다 의미 없는 데이터에 취한 상황이 더 나쁘다. 전자는 적어도 책임 소재라도 명확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모두가 스스로 똑똑하다 최선을 다했다 착각하며 이력서에 자랑스러운 경력으로 언급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 없는 일은 없다.' - 피터 드러커 

큰 그림 증후군

꿈이 크고 방향이 명확한 경영자는 쓸데 없이 큰 그림 따위 그리지 않는다. 계획 꼼꼼히 세워봐야 어차피 달라질 것을 아니까. 최소 기능만 갖춘 시제품도 당초 계획과 결과물이 다른데 먼 미래는 말해 뭐해.

(실은 어중간한) 큰 그림 버리고 목표와 방향에 집중하면 과업의 우선 순위가 명확해진다. 최종 목표에 도달한 모습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징검다리 위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해 다음 발 디딜 지점은 알 수 있다.

그런데 목표를 빨리 이루려고 조바심 내다보면 큰 그림에 집착하게 된다. 머리 속 그림을 모두 구현하면 꿈을 이룰 것만 같다. 그러니 그림의 작은 일부라도 빠지면 곤란하다. 답은 정해졌으니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큰 그림은 십중팔구 의미 없는 신기루. 결국 본인 스스로도 외면할 괴물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 차려보면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다음. 그나마도 정신을 차리면 다행이지만.

이렇듯 부질없는 큰 그림에 집착하는 현상은 특히 초기 창업 단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이를 ‘초보 창업 증후군' 또는 '큰 그림 증후군'이라 부른다. 공통 증상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모든 계획이 하나 같이 중요해서 우선 순위가 없다.
  • UX 맥락 고려하지 않고 평소 좋다고 느낀 UI 따라한다.
  • 계획한 요소나 기능이 하나라도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안다.
  • 변화를 사고라 여기고 어떤 상황이든 당초 계획만 고수한다.
  • 매출 계획은 못 지켜도 비용 집행 계획은 철저히 지킨다.
  • 모든 사안을 자존심과 결부시켜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최초 계획에 대한 집착, 단번에 목표를 이루려는 조바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과신에 있다. 따라서 제법 성공한 이후에도 발현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건전한 의심과 합리적 자성이 필요하다.

제품 또는 서비스 만들다보면 자꾸 기능을 더하고 싶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능이 많을 수록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가장 적은 기능으로 목적을 달성한다.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은 경영의 기본. 

손자께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는데, 나는 간절함과 성급함만 구분해도 위험을 면한다 말하고 싶다. 간절함과 조바심은 이어지는 때가 많고 느낌도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 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

로켓처럼 치솟는 스타트업도 실은 단계 단계 징검 다리 밞아 가는 것이다. 속도 올려도 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 조바심에 여러 단계 단숨에 넘으려 들면 실족한다. 낙상 정도로 끝나면 다행인데 자칫 잘못하면 궤도를 이탈한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급하면 될 일도 안된다. 서둘러 애먼 일에 힘 빼고 나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치고 나갈 여력이 없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인생의 진리. 차분하게 속도 내는 비법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우선 순위.

스티브 잡스의 성공 요인은 다름아닌 선택과 집중. 그런데 큰 그림 증후군 걸린 리더가 잡스의 괴팍한 성격과 고집만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잡스병이라 한다. 잡스병 환자는 경주마처럼 낭떠러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린다.

마찰 관리 사내 정치

사람 환심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가 듣기 원하는 말을 파악하여 그것을 해주면 된다. 아니면 그저 상대가 떠들 때 적당히 맞장구만 쳐도 된다. 이 마저도 귀찮다면 그냥 입을 닫으면 된다. 성경 말씀처럼 입만 다물고 있어도 중간은 간다.

사람의 두뇌는 기본적으로 이성적 분별 보다는 니 편 내 편 가르는데 훨씬 많은 자원을 할해한다. 알량한 자존심 지키기 위해. 그런데 이러한 방법으로는 환심 사는 것 까지만 가능. 결국 누군가와 무언가 제대로 도모하려면 마찰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경영할 사람이 마찰과 아규가 싫다면 길을 완전히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다. 초기 기업에서 갈등 없이 평화롭게 의사 소통이 충분히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독심술 축지법 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평화롭게 소통하는 척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최고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같은 사람 몇 명만 더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말도 의미 없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도플갱어 만나면 죽는다는 말 처럼. 나와 똑같은 사람이 몇 명 더 있다 쳐도 소통이 잘 되기는 커녕 오히려 답답해 돌아가실 것이다. 자기 분신과 싸우며 자기 자신이 얼마나 고집 쎄고 결함 많은 존재인가 자각하게 될 것이다.

‘유능한 세션을 고용했어. 지시대로 정확히 연주했지. 그게 문제였어. 너희처럼 반대하며 싸우거나 곡을 새롭게 쓰거나 웃기게 만들지 않더라고.’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中

마찰이 없으면 창의도 없다. 피린체 르네상스도 실리콘벨리 기술 혁신도 다양성 마찰의 산물. 다만 별 것도 아닌 일로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는 없다. 싸움을 하더라도 쟁점이 있어야 한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쟁점과 논의 수준이 후진 소모적인 마찰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경우 리더가 즉시 개입해서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좋은 리더는 건전한 마찰은 장려하고 소모적인 마찰은 제거한다. 그런데 보통은 반대로 한다. 건전한 마찰은 막고 골치 아픈 마찰은 방관한다. 중재자가 확실히 가르마 타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 다들 사이 좋게 지내면 안되겠니 이러고 있으면, 의도치 않게 사내 정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괜찮은 사람부터 하나 둘 떠난다.

데일 카네기 | 인간 관계론 中

사람은 감정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래서 조직 운영도 감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이건 너무 일차원적 접근. 리더의 근본 자질은 냉철함. 여기에 공감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지만, 냉철 없는 공감 만으로는 좋은 코치나 심리 상담사가 될 수는 있지만 좋은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감정적인 리더는 특히 분쟁 상황에 취약하다. 내부 분쟁은 리더가 가르마를 타야 조기에 진화되는데, 감정적인 리더는 시비를 가리는 것을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 여기고, 어느 한 쪽 편만 들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객관적 판단을 회피한다. 이러한 태도는 의도와 달리 문제를 더욱 키운다.

'소뇌에는 기술 형성을 다루는 뉴런이 오백억개나 있고, 피질에는 인지 활동과 합리적 계획을 수행하는 뉴런이 수십억개나 있는 반면, 고차원적 감정을 다루는 방추세포는 팔만개에 불과하다. 방추 세포는 합리적 문제 풀이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을 느끼거나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를 합리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이처럼 신비로운 고차원적 감정의 형성에는 뇌의 모든 영역이 연관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中

평화의 파수꾼이 되려면 냉철하고 터프한 보완관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의 조율만 하는 파이트 클럽 관리자가 되던가. 그저 평화만 부르짖는다고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고 싶고 피곤한건 꺼리기 마련이지만, 좋은 리더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악역 맡는 핑계로 인간 말종이 되어서도 안된다.

자기 객관화가 안되는 사람은 주류에 속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은 시비를 명확히 분별하지 못하고 편가르기를 한다. 열의가 있으면 더욱 적극적이다. 그래서 사내 정치 주역은 주로 B급 인재. 간혹 정치질 밖에 못하는 암덩어리 폐급도 있지만. B급 인재 정치질이 조직을 서서히 좀먹는다면 폐급 관종 정치질은 조직을 삽시간에 말아먹는다.

‘사내 정치란 자기 가치나 회사에 대한 기여 이외의 수단으로 자신의 출세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형태를 뜻한다. 사내 정치 근원은 대부분 CEO. CEO가 정치적이어야만 사내 정치가 조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내 정치가 극에 달해 있음에도 CEO는 정치와 담을 쌓은 경우가 많다.’ - 벤 호로위츠 | 하드씽 中

조직 내에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거창하게 말해 합리가 강 같이 흐르지 않을 때 정치질이 생긴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으니 정치질로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다. 시비 분별은 리더 몫인데, 사람은 대부분 분쟁을 꺼린다. 그저 좋게 좋게 무마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덮으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나 자칫 정치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는 있지만 민주 집단은 아니다. 권력은 리더에게 집중된다. 리더는 공명정대한 판관이어야 한다. 리더가 그릇된 판단을 잘못하면 구성원은 그 틈을 파고들어 정치질을 한다. 리더가 판단을 회피하면 세를 모아 세싸움을 하고, 권력을 남용하면 아첨을 한다. 이렇듯 리더는 부지불식간에 사내 정치의 원인이 되곤 한다.


쉽고도 어려운 경영 자질

기업 성장 3대 요소: 방향, 우선 순위, 속도

  • 전략 방향과 우선 순위는 리더의 지혜와 결단에서 나온다
  • 측정과 회고도 중요하지만 이는 크게 보면 방향에 포함
  • 속도는 구성원의 능력과 열정의 산물. // 속도를 최고로 올리는 구간은 마지막 직선 주로. 골인 지점이 보이고 속도 외에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서킷의 다른 구간에서 전속력 내다가는 부품이 마모되거나 원심력에 의해 탈선 또는 전복.

창업 경영 5대 요소: 사명 비전 제시, 고객 개발, 수익 모델 구축, 우선 순위 관리, 커뮤니케이션

  • 고객 개발 수익 창출에 성공한 유능한 창업자 중에도 사명 비전 제시나 우선 순위 정리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실은 찰떡 같은 커뮤니케이션이야 말로 경영자의 핵심 과제.
  • 비전과 사명을 제시하고 이를 향한 명확한 우선 순위를 설정하여 전파하는 역량은 분명 희소한 경영 자질이지만, 수익 모델 없이는 무용지물.

흔히 숫자나 글자가 빼곡히 적힌 시트나 장표를 작성하거나 주주 서한 따위를 보내는 것을 경영으로 착각하는데, 이런 것들은 경영 보조 사무일 뿐이다.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면 굳이 비싸고 경험 많은 경영자를 구할 필요가 없다. 해당 직무 경험이 있는 적당히 빠릿빠릿한 젊은 친구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경영은 무엇인가? 당신이 운이 너무 좋아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를 섭외했다 친다면, 이들에게 자문할 일이 바로 경영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 세금 처리나 꼼꼼한 문서 작성 따위는 아닐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 경영이란 마케팅과 혁신을 통해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자의 기본 책무는 판단하는 것이다. 판단은 누구나 하지만 좋은 판단을 하는 이는 드물다. 좋지 않은 판단은 모두가 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반성하고 돌이키는 이는 드물다. 탁월한 경영자를 만나기도 어렵지만 알아보기도 어렵다.

실력을 빌리기는 매우 어렵지만 가능은 하다. 지혜를 빌리기는 쉽지만 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멘탈을 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자기 결핍을 느끼기 조차 어렵다.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핍을 인정하기 어렵다.

지적 능력이 그나마 쉽게 드러나기 때문인지, 스스로 똑똑하다 자부하는 사람이 '나는야 리더십 짱짱맨' 이렇게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들 대부분은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 착각은 자유지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큰 대가를 치르고도 끝내 깨닫지 못하고 의욕마저 꺾이는 경우가 많다.

지적인 탁월함은 리더십의 일부일 뿐 동의어가 아니다. YS 말마따나 머리는 빌릴 수 있다. 단, 머리를 빌리려면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한다. 제법 똑똑한 사람도 그릇이 작으면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품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의 똑똑함이 곧 한계가 되는 샘. 

탁월한 리더십은 지력 외에도 합리적인 판단 능력, 고도의 커뮤니케이션과 공감 능력, 관찰력 그리고 강한 멘탈 등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 중에 무엇 하나 눈에 보이거나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어린왕자 말 처럼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리더는 결국 그릇이다. 그릇만큼 품을 수 있다. 흔히들 리더의 자질로 명석함을 꼽지만, YS 말마따나 머리는 빌릴 수 있다. 단, 머리를 빌리려면 나보다 똑똑한 자를 품을 넉넉한 그릇이어야 한다. 제법 똑똑한 사람도 그릇이 작으면 자기보다 뛰어난 인재를 품을 수 없다. 스스로의 명석함이 스스로의 한계가 되는 샘.

물론 명석함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리더의 핵심 자질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멘탈. 지식과 지혜는 (어렵지만 어떻게든) 빌릴 수는 있지만, 멘탈은 빌릴 수 없다. 멘탈이 곧 그릇이고, 그릇이 곧 운명이다.

손자께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리더십은 냉철한 자성에서 비롯한다. 리더의 핵심 자질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멘탈. 멘탈이 곧 그릇이다. 그릇이 크고 넉넉할 수록 많이 품을 수 있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으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며, 실패를 통해 배워서 답보 상태를 돌파하려면 지난 실패를 철저하게 곱씹어 실패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러자면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봐야 하는데, 자기 한계를 바로 마주하는 자성은 괴로운 경험. 남의 조언을 듣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원인도 모른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수습하며 살아간다. 이가 썩어도 치과는 싫은 어린 아이 처럼.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이란, 호기심과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와 위대한 사명을 발견하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신사업 개척하고 혁신을 이루는 용기와 지혜와 근성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위대한 도전, 불굴의 열정, 최고를 향한 집념, 선택과 집중 따위로 발현된다. 흔히 떠올리는 광기와는 다르다. 스티브 잡스는 광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탁월한 지적 능력만으로 기업가 될 수 있다 믿는다면 오산. 실력을 빌리기는 매우 어렵지만 가능은 하다. 지혜를 빌리기는 쉬워 보이지만 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멘탈을 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만에 빠지지 않고 초심을 지키고,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하고 반성하고 돌이키는 행위도 멘탈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명은 클 수록 보폭은 작을 수록 좋다. 마음만 급하면 무리수를 둔다. 목표에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목표와 걸음의 괴리가 너무 커서 인과 조차 없어 보인다. 모든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작은 원소 반응인 것 처럼. 그럼에도 막연하게 느껴지는 북극성을 바라보고 역경을 이겨내며, 현실에 발을 딛고 한 걸음씩 끈기있게 나가는 것이다.

파도를 탈 줄 아는 사람은 멋지다. 파도 무시하고 뛰어들면 물 먹는다. 방향 없이 항해 계속하면 결국 표류한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항해로를 개척하는 탐험가는 위대하다. 스스로 조류를 만들겠다는 사람은 그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다. 장사를 못하면 기업가일 수 없고, 그저 장사꾼에 머문다면 진정한 기업가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당장 원하는 것과 사회가 마땅히 나아갈 바의 접점에서 세상을 바꿀 최적 경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계몽만 추구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게 되고, 당장의 유행만 쫓으면 식상하거나 천박할 수 있다. 운좋게 최적점을 찾아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돈이 먼저 바닥나기를 원치 않는다면 다소 경박해 보여도 돈이 되는 일을 먼저 해야될 수도 있다. 그런데 돈만 좇는다고 계획대로 계획대로 돈이 벌린다는 보장도 없다. 역경을 이겨내고 돈과 가치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창업가의 일. 정답도 공식도 없다. 그나마 원칙이 있다면 가장 작게 시작하기.

장사의 기본은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이익). 여기에 고객 만족을 더하면 지속 가능한 탁월한 기업, 고객 만족을 등한시하면 악덕 양아치 사기꾼. 폭발 성장 노리는 스타트업은 종종 이익 창출을 미루고 고객 만족 극대화에 올인하지만, 끝내 장사에 실패하면 결국 사라진다.

모든 장사의 목표는 결국 회전과 객단가 극대화. 최소 투입 선택과 집중은 이를 위한 필수 요건. 골목 식당에도 스타트업에도 선택과 집중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조차 어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많은 경영자가 고객 만족에 앞서 자기 만족을 먼저 추구한다.

남의 돈 버는게 어렵다고 하는데, 실은 돈은 쉽게 벌어야 한다. 일확천금 노리자는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우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품은 적게 들고 벌이는 커야 한다. 투입 대비 산출 극대화는 경영의 기본. 그러자면 확장성이 높아야 하는데, 확장성과 복잡도는 반비례한다.

확장성 높으려면 단순해야 한다. 하다못해 동네 식당도 유명 맛집은 메뉴와 상차림 단촐하다. 이런 관점에서 좋은 사업 구조란 무지성으로 찍어내거나 막 갖다 파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사업의 매력은 거의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지간해서는 돈이 되지 않아 어렵지만.

우아한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는 쉽지 않다. 쉬우면 누구나 하지. 그래서 될 때 까지 시도해야 한다. 한 방 걸릴 때 까지 잽 계속 던져야 한다. 그러자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작은 시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복싱도 사업도 잽 제대로 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확장 가능한 우아한 사업 만들기 위해서라면 확장 가능성 없는 손품 발품 마다하지 않지만, 원래 힘들고 복잡한 품은 많고 이익은 박한 SI 용역 따위에 발 담궈 뺑이 치고 싶지는 않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곡예하듯 풀어내는 복잡도 관리는 성향에도 맞지 않고 소질도 없다.

애자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 글의 목적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누구나 알기 쉽게 대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임을 밝힌다. 정확한 설명을 원한다면 위키 백과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항목과 애자일 개발 선언을 참고하라. 애자일 프랙티스, 사용자 스토리, 스크럼, 칸반과 스크럼 같은 책도 추천한다.

도대체 애자일이란 무엇인가? 기술자만 이해할 수 있는 특수한 개념인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인가? 그저 좋은 것은 다 애자일인가? 모두 아니다. 애자일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경영 기법이다. 스티브 블랭크는 린스타트업은 고객 개발과 애자일 개발을 결합한 것이라 했다.

애자일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스티브 잡스 말 처럼 탁월한 경영 원리는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 요구 사항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 
  • 그러니 일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우선 순위가 높은 것 부터 처리하고, 
  • 문서가 아닌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확인하여 요구 사항 변화나 예기치 못한 변수를 조기에 감지하자.



그렇다면 애자일은 왜 필요할까? 질문을 바꿔보자. 경영은 왜 필요한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태생적으로 복잡도가 높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명확한 핵심 가치와 우선 순위 정의가 없다면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우선 순위는 명확하면 명확할 수록 좋다. 우선 순위가 명확해서 해로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주먹구구 방식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제법 큰 규모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먹구구 방식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주먹구구 성공 경험을 창의, 직관, 경륜 따위로 착각한다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상과 합리화를 멈추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쓸데없이 과도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이것을 직관적이며 자연스럽다 여기며 자원을 낭비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사람의 두뇌는 축적, 저장, 비축, 수집, 분류 따위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선천적으로 더 많은 것을 선호한다. 애자일은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본능을 억제한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요구 사항은 끊임없이 바뀔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용자는 직접 써 보기 전 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 하지만 기존의 유연하지 못한 관리 방식이나 주먹구구 식으로는 요구 사항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어렵다. 그래서 애자일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애자일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를 들며 애자일을 의심한다.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고 자주 실패한다. 애자일은 성공 보증 수표가 아니다. 하지만 점진적 개선을 통하여 실패의 징후가 보다 빨리 드러나도록 한다.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애자일을 어설프게 적용하여 실패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애자일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실패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애꿏은 애자일 탓만 하는 것이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민주주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처럼, 애자일 개발 역시 어설프게 실행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애자일은 개발 방법론이기 이전에 일이 되게 하기 위한 경영 기법이며, 개발자와 비개발자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한 방식이다. 애자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합리적 경영 역량, 기본적인 근면성실, 새로운 방식을 배우려는 의지와 호기심 따위가 없다면, 애자일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될리 없다.

폭포수 모델이 잘 맞는 프로젝트 따위는 없다. 사람을 바꾸기 어려울 뿐. 개발 현장에 애자일 적용이 어려운 오만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한 마디로 말하면 용기 부족. 발주자는 당초 계획한 기능을 하나라도 버릴 용기가 없다. (예정에 없던 기능을 무시로 끼워 넣을 만큼 염치도 없다.) 개발자는 주기적으로 동작하는 데모를 구현해서 시연할 용기가 없다.

애자일을 적용하고 싶지만 애자일이라는 용어가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래서 동료나 고객과의 소통이 힘들어졌다면, 당분간 애자일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말고, 대신 '일을 작게 쪼개자,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하자, 일부 기능이라도 갖춘 제품을 최대한 빨리 릴리즈하여 직접 써 보자'고 말해보자.


스타트업 멤버 요건

기업을 세우려면 건실한 엔지니어링 역량과 장사치 수완이 필요하다. 위대한 기업을 만들려면 합리적 비판적 진취적 사고와 통찰력 그리고 강인한 멘탈과 집요한 불굴의 의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 탁월한 팀과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한 사람이 이 모든 역량을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

실력있고 믿음직한 사람들이 비전에 완전히 감화되어 충분히 질문하고 제대로 소통하며 끝까지 버티면 뭐가 되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덕목을 모두 갖춘 이를 만나기는 어렵다. 하나라도 제대로 갖춘 사람 조차 드물다.

원칙적으로 지분은 주인 의식 발휘할 만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애초에 주인 의식 발휘할 성향 없는 자에게 지분이나 특별한 보상을 준다고 주인 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지가 주인이면서 주인 의식 없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말해 주인 의식과 성실함은 동의어가 아니다. 열심히 하지만 주인 의식과 거리가 먼 사람이 태반이고, 성실할 뿐 아니라 남다른 시야와 태도로 일반적인 직원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부분까지 챙기는 사람이 간혹 있다.

노동 시장에서 주인 의식이 환영받는 덕목도 아니다. 대부분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빨리 잘 하길 바라며, 주인의 한계를 넘는 주인 의식을 감당하지 못한다. 양신(良臣)은 충신보다 귀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군주도 드물다. 수평적인 문화의 원천은 님 호칭 자유 복장 무료 간식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리더의 열린 마음과 여유에서 비롯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나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망은 가장 흔한 창업 동기인데, 탁월한 경영자가 되려면 이걸 버려야 한다. 그저 꼴리는 대로가 아닌 탁월한 결정을 해야 하고, 스스로 가장 잘난 사람이기 보다 뛰어난 사람을 담을 큰 그릇이어야 한다. 그런데 심지어 제법 성공을 하고도 이걸 어려워한다. 현명한 사람은 하나둘 떠나고 잘난척 받아줄 예스맨만 남는다.

초기 기업이 인재를 만나려면 실력, 성품, 상황 3박자가 맞아야 한다.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연을 맺기 어렵고, 같이 하더라도 결국 끝이 안좋은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멤버의 자질과 요건을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맡은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실력과 인품을 갖추고 있다.
  2. 보편 타당한 도덕관과 배려심을 갖고 있으며, 납기와 규율을 준수하며, 업무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한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되 임의로 결정하지 않는다. 
  3. 우리 프로젝트가 자신의 Main Job이다. Second Job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주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취미 수준.
  4.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다.
  5. 자기 객관화를 통한 합리적인 의사 소통을 하며, 편가르기 따위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들지 않는다.
  6.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최고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불가피한 언쟁과 자기 부정을 감수할 강한 멘탈을 소유하고 있다. 
  7. 비전에 감화되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목표 의식이 있다. 
  8. 당장의 급여나 재미 보다 기업이 창출할 가치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급여나 재미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님)
  9. 근면 성실할 뿐만 아니라 주인 의식을 발휘할 자질이 있다.
  10. 고난을 함께 견딜 의리가 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착취를 참으라는 뜻은 아님)

위 요건 중에서,
  • 1~2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파트 타이머,
  • 1~5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풀타임 직원,
  • 1~8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핵심 멤버,
  •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면 Co-Founder: 장기적 사명과 비전이 있어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사기는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의지와 의리를 잃지 않고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진정한 코파운더 아닐런지.


온라인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려면 다음의 역량을 고루 갖춰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과 시장을 탐색하는) 강력한 추진력, 훌륭한 사용자 지향 기획. - 스티브 블랭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단지 겉모습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보다 더 디자인의 의미에서 멀어질 수 있는 개념은 없습니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근본적인 영혼이며, 결국 그 영혼이 겉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 스티브 잡스

열망을 지닌 직원이 그저 좋은 아이디어와 수십억 달러 짜리 회사간의 차이를 만든다. - 스티브 블랭크

스타트업을 하려면 반드시 당신 이상으로 뛰어난 사람을 공동 창업자로 삼으세요. 이것만 할 수 있어도 성공 가능성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합니다. - 론 콘웨이

너무 잘나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의 사람들과 팀을 이루세요. 그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정도의 팀을요. - Brian Chesky, Founder of Airbnb

중용의 도를 행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할 수 없다면, 뜻이 높고 열정적인 사람을 택하겠다. 뜻이 높은 사람은 항상 진취적이고 일에 미친 사람은 결코 나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공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온 주체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이었다. 위대한 회사란 세상을 바꾸자는 작당과 같다. 신생 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당신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신생 기업이 가진 강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이는 '민첩함'보다도 더 중요하다. - 피터 씰, 페이팔 창업자

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in his service better men than himself.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을 부하로 선발하여 일을 시키는 방법을 알았던 사람이 여기 묻혀있다. - 철강왕 카네기 묘비 문구

우리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인 창의적이고 별난, 그러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진실되며 자존심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서로 협력하는데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원합니다. 그들은 오만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면 멋지겠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저희 같은 처지라면 이런 사람들을 선별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사무실은 후졌고 임금도 없었습니다.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는 것 외에 저희 회사에 올 이유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오지 말아야 할 이유들만 넘쳐났죠. - Ben Silbermann, Founder & CEO of Pinterest

우리와 일했던 첫 열명의 직원들은 아주 진실되고 정직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죠. 다른 사람들한테 믿음을 주고 문제 접근에 대해 지적으로 솔직한 사람들 말입니다. 이들은 일을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 가지 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그 중 일부만이 그 일들을 끝내는데 흥미를 느끼죠. - Patrick Collison, Co-Founder of Stripe

스티브 잡스는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는 처음 열 명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열 명이 아니라 어쩌면 다섯 명에 달려 있다는 것 뿐이다. 규모가 작은 것 자체가 대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집단이 커질 수록 개인의 능력은 전체 평균 값에 근접한다. 올스타 팀을 뽑을 때는 팀이 작을 수록 좋은 것이다. - 폴 그레이엄

팀이 커지면 몇몇의 B급 팀원들을 용인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B급 팀원이 몇 명 더 생기고, 얼마 뒤에는 C급 팀원까지 합류하게 되죠. 매킨토시를 개발하는 동안 배운 것은, A급 팀원은 A급 팀원하고만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B급 직원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요. 제 책무 가운데 하나는 품질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탁월함이 기대되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요. A급 팀원으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려면 무자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스티브 잡스

스타트업은 자원이 바닥나기 전에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죽기살기로 애써야 하지만, 속도에만 올인하면 조직 자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팀이 최적의 작업 속도를 찾는 장치가 필요하다.' - 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中

회사가 성장할 수록 추가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조직이 '전문적' 성격을 갖추려다 경화되고 관료화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 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앞으로 우리는 계속 함께 해 나갈텐데, 내가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 서로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킵시다. - 스티브 잡스, 인수 직후 픽사 창업자들에게

스티브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 지혜의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에게서 일자리를 제안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내가 그의 아주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채용을 할 때에는 연인이나 배우자를 고를 때 처럼 아주 까다롭게 살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서로의 불을 켜봐야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의 관계는 사업 파트너를 고를 때 도움이 되는 사례다. 나와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하면 열정과 주안점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애플이 다년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퍼붓는 공격을 참아낼 수 있고, 그의 생각이 틀렸을 때는 강하게 맞설 수 있으며, 그가 지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비전을 팀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그의 또 다른 능력 덕분이었다. - 제이 엘리엇, 왜 따르는가 3장 中

생계 유지나 직업적 성취,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정해진 일을 잘 해낸다면 이는 충분히 훌륭한 삶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이를 뛰어넘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구성원의 남다른 열정. 열정적인 직원이 없는 스타트업은 시적할 때 부터 죽은 것과 마찬가지.역사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성공을 이끈 남다른 인재가 있었다. 스타트업에 적합한 남다른 인재는 전 세계 인구 중 극히 소수이다. 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혼돈과 불확실성에 익숙하다. 혼돈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빠른 결정을 한다. 이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한다. 업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이 아닌 24시간. 이런 스타트업 인재는 빠르게 성장하고 매우 성공적이며 확장 가능한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다. - 스티브 블랭크

스타트업 팀은 세 가지 구조적 속성을 필요로 한다: 부족하지만 안전한 자원, 자기 사업을 개발할 독립적인 권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 체계. 이 요구 사항들은 안정된 회사의 여터 부사의 요구 사항과는 다르다. 구조는 단지 필요 조건이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조를 잘못 잡으면 거의 확실히 실패에 이른다. - 스티브 블랭크

회사의 경영 관리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한다. CEO인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 벤 호로위츠

리더들은 압박을 가하면 위기 의식이 생기고 우선순위를 유용하게 부여하게 된다고 믿고 팀에 압력을 가한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는 완전히 역효과를 낳아 팀을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심지어 리더가 작은 압력을 가했다고 인식할 때 조차도 마찬가지다. - 스티브 맥코널

CEO는 최고의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가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때 스스로 알아채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 벤 호로위츠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구축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 문화를 향상시킬 방법을 언제나 모색한다. 파격적이거나 직관에 반한다 해도 아랑곳 않는다. 예를 들어보겠다. '직원들의 욕설을 허용하는 것은 직원과 고용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논문은 '욕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직원이 꼭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욕설은 조직원 사이의 연대감을 반영하며 집단의 화합을 촉진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심리적 현상이기도 하다'고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논문을 과장급 직원들에게 보냈다. - 토니 셰이, 재포스 CEO

최고의 팀들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특징은 심리학자 조너선 베런이 '적극적 열린 마음(active open mindedness)'이라고 한 것이다. 최고의 예측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검증이 필요한 가설로 본다. 그들의 목표는 자신의 전문성으로 팀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자신의 개념을 반증하는 것을 돕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인류 전체로 볼 때 이는 정상 범주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공립학교에 에산을 더 지원하면 교육과 학습의 질이 개선될까?' 같은 어려운 질문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편을 드는' 개념들을 다수 떠올린다. 웹브라우저로 무장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을 이유를 아예 검색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가 반대되는 생각을 떠올릴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 데이비트 앱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中

미래를 만드는 과업에 투입되는 자원은 소규모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최상의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성할 수 없다. - 피터 드러커

의도에 집중하라

실은 거의 모든 결정에 있어서 외부의 선동과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지만, 사람은 보통 자기 마음대로 뭔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듯한 느낌을 좋아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소통을 특히 남의 말 듣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런데 전혀 안들을 수는 없으니, 보통은 합의나 권위에 의존한다. 내가 네 말 한 번 들었으니 너도 내 말 한 번 쯤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합의요, 무조건 내 말만 들으면 되 또는 나는 그저 시키는 데로 했을 뿐이야 따위가 권위적인 방식.

적당한 합의는 적당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좋고, 권위는 빠르고 일사분란한 결정을 낳는다. 하지만 둘 다 최고의 결정에 이르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소통 방식은 의도를 묻고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인류의 영원한 난제. 사람의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작업이 의사 소통. 세상에 완벽한 소통은 없다. 문제는 늘 생기기 마련. 그나마 문제를 줄이려면 일단 자기 의사를 최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교통 사고를 줄이려면 일단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는 것 처럼.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을 때, 그리고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느꼈을 때, 먼저 나의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남탓을 한다거나,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좋겠다’ 같은 망상을 품는 순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만성화 되고 만다.

직급이 높을 수록 업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리더에게 있어 소통 능력은 필수 요건. 소통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의도 표현과 파악을 잘해야 한다. ‘무얼 하자 또는 하지 말자’ 같은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왜(Why)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도를 묻는 것이다.


자기 의도를 스스로 명확히 파악하고 표현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말의 본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고객의 핵심 요구사항을 확실히 파악했다면 프로젝트는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의미있는 회의를 하려면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주장에만 집중하면 결국 누군가의 의견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절충안에 대충 합의하는 것 이상의 결정을 하지 못한다. 쓸데 없는 자존심 대결이 되기도 하고. 자기가 내뱉은 주장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면, 설령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본래 의도에서 점점 멀어진다.

'누가(Who)’ '무엇을(What)’ 주장하느냐 보다 '왜(Why)’ 그런 주장을 하는지 묻는다면, 주장 자체는 별로지만 의도는 좋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주장은 버리되 의도는 살려서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채택되지 않는 의견도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므로, 회의 참여자는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토론의 목적은 문제 해결. 토론이 싸움이라면 적은 해결해야 할 문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나의 사업, 작업, 의견, 아이디어 따위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리고 질문과 비판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전투를 벌인다. 그러는 사이 진짜 적은 더 깊이 매복하여 세력을 키운다.

회의나 논쟁 상황에서 하수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결국 자기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시큰둥하며, 최악의 경우 파벌을 만들어 소위 말하는 정치질을 한다. 반면 고수는 자기 생각의 이유와 근거를 말하고, 자기 의도가 바람직한지 확인하며, 좋은 의도에 부합한다면 다른 의견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매번 실수 없이 좋은 아이디어 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팀워크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자는 주장의 근거와 의도를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내 의견 관철시키는 것도, 서로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아닌, 나를 포함한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의도를 검토하여 최고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 이것이 바로 회의와 토론의 진정한 목적이다.


의도는 좋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은 좋지 않은 결과를 겸허히 인정한다. 반대로 미숙한 자는 자기 선의가 배신당했다고 느끼며 잘못된 결과를 변명하거나 고집한다. 한 사람의 성숙도가 반드시 나이나 경험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주장을 고집하기 보다 의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주장은 틀렸지만 의도는 좋았을 수 있다. 이럴 때 의도에 집중하면 결국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렇지만 끝내 틀린 주장을 고집하면 본래 좋은 의도마저 퇴색되고 만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그러고보니 기도로 소원을 빌 때도, 소원 그 자체를 고집하기 보다는, 소원을 빌게된 의도를 말씀드리는 것이 좋은 듯.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그 의도를 구현할 방식은 주님께 맡기는 것이 맞다. 불손한 의도에 기반한 소원을 고집하거나 의도는 좋지만 (주님 보시기에 길이 아닌) 기도 제목을 고집하면, 그러한 기도는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내 욕심 체울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전지전능한 신께 이런 얄팍한 술수가 먹힐 리 없다.

항상 최고를 추구하라

"타협하지 말라. 혼을 빼놓을 만큼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종종 혁명적인 제품이 등장하여 모든 양상을 뒤바꿔버린다." - 스티브 잡스

스타트업의 제품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항상 최고를 추구해야 한다. 최고를 추구하지도 않는 스타트업은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해 모인 아마추어들의 동호회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혼자만의 힘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최고를 끌어내자면, 최고의 인재를 엄선하여 끈끈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느슨하게 엮인 팀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완성도는 간절함에 비례한다.


팀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대표의) 의사 결정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비전 제시와 핵심 가치 도출
  2. 작업자가 비전과 핵심 가치를 추구하며 일할 수 있도록 자유도 보장
  3. 아이디어와 산출물들 중에서 비전에 부합하는 가장 나은 것을 채택
  4. 채택할 수 있을 정도의 산출물이 나오지 않았거나, 작업자가 채택된 방안에 불만을 표할 경우, 단지 기존 산출물 중에서 선택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새로운 산출물을 제시할 것을 독려
  5. 궁극적으로는 누가 굳이 요구하거나 지적하지 않더라도 작업자가 스스로 언제나 최고를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
이렇게 적어놓으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제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논쟁을 꺼리고 타협의 가치를 중시하는 평화주의자는 항상 최고만 추구하는 자를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는 고집쟁이로 여길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개인적인 인간 관계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 어정쩡한 타협은 절대 금물. 타협의 흔적은 결국 낮은 품질로 드러난다. 일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 관계가 결부되므로 항상 타협의 유혹을 받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항상 최고를 추구해야 한다. 언제나 타협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한다면 차라리 정치를 하라.


언제나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을 엄선하여 신처럼 모셔라.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포기하라. 열에 하나가 모자라 버려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을 바꾸려고 하면 안된다. 십중팔구 역효과만 난다. 그러니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차라리 일을 포기하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다른 사람 찾던지.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이 이미 잘 아는 사람의 작은 단점을 고치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 뛰어난 인재를 찾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지만, 사람이 바뀌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람은 합리적이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이며, 어지간해서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상황에 맞게 골라 써야지 바꿔 쓰려 하면 안된다.

팀원을 질책할 때는 성품과 태도를 문제삼지 말고 성과를 근거로 하라. 물론 성품과 태도는 성과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성과가 아닌 성품과 태도를 지적하면 팀원은 지나친 간섭이라 여기며 반발할 것이다. 이러한 반발심은 팀원 입장에서 그럴싸한 변명 거리가 되기도 한다. 질책을 거듭해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찾아라.


겉으로는 최고를 꿈꾸지만 실은 최고가 될 수 없는 사람도 조심하라. 이런 사람이 나름의 실력까지 갖추었다면 더욱 분별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종종 이러한 자기 기만에 빠지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과 그릇은 별개다. 둘 다 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력은 좋지만 그릇이 작을 수도 있고, 그릇은 크지만 실력이 모자랄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안타깝다. 어떤 면에서는 둘 다 모자란 것보다 더. 실력은 단기간에 얻기 어렵지만, 그릇은 마음 먹기에 따라 하루 아침에 바뀔 수도 있으니.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릇을 키우는 것이 실력을 기르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듭 말하지만 사람의 성품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최고의 팀원들과 함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칙을 고수하면서 현실의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잡스 같은 기업가가 될 수 있을지도. 그런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위대한 꿈을 꾸되 서두르지 말고 가장 작게 시작하여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핵심 가치에 집중하라

경영자의 본질적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크고 작은 목표들 사이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끈기있게 실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영자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사항에 집착하거나 불필요한 고집을 부리는 경영자가 많습니다. 이러한 집착은 경영자가 사업에 대해서 가지는 애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자가 사업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지만, 방향이 틀리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과도한 열정과 자신감은 경영자로 하여금 경영자가 아닌 자폐적 관점을 가지게 합니다. 물론 자폐적 관점이 최적 제품과 솔루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 또한 나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예상하고 파악하여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써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써보고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예상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자폐적 관점은 경영자로 하여금 이러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자폐적 관점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고민한 것들을 작품 안에 모두 넣으려고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합니다. 자폐적 관점을 가진 자에게는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자기 만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용 절감이나 사용자 편의 증대는 다음 문제입니다. 자기 만족을 채우는 것이 곧 사업의 완성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경영자 관점에서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좋은 제품입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자기 욕심을 배제하고 오직 목표 달성을 위한 우선 순위에 집중합니다. 우선 순위가 낮은 사항은 필요한 구색만 갖추거나 버립니다. 목표 달성 여부는 창작자의 자기 만족이 아닌 사용자 편의나 수익성 따위로 판단합니다.

사용자 관점 역시 경영자 관점에 더 가깝습니다. 사용자는 제품 개발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쏟았는지 알려고 들지 않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쓰기 편하고 필요한게 되면 그만입니다. 핵심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것을 비울 수록 쓰기 좋고 편한 제품이 됩니다. 비울 수록 채워진다는 선문답 처럼요.


기능에 철학을 직접 반영하는 것을 삼가해야 합니다. 철학이 반영된 기능은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곤 합니다. 기능은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철학이 반영되는 지점은 기능이 아닌 사명. 사명과 비전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만 세부 기능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경영자는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경영 목표와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방대하고 세세한 계획을 단번에 이루려 하지 말고, 비전에서 도출된 목표와 우선순위에 입각하여 최소 지점부터 차근차근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경영자라면 자기 만족을 위한 심오한 작품이 아닌 사용자 편의를 위한 쉽고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의 창업 동기와 사명

저의 창업 동기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자유를 앗아간 교육 제도에 대한 한(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입시 지옥을 이겨내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하였으나, 시간이 흐를 수록 대학 생활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탈학교론을 접하면서 획일적인 현대 교육 제도의 모순을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현대인이 일종의 Matrix에 갇혀 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졸업 이후 잠시 몸담은 대기업에서도 염증을 느낀 저는 결국 온라인 교육 개혁을 꿈꾸며 창업을 결심하였습니다.
School is the advertising agency which makes you believe that you need the society as it is. School has become the world religion of a modernized proletariat, and makes futile promises of salvation to the poor of the technological age. - Ivan Illich
하지만 저의 원대한 꿈을 담은 첫 프로젝트 엑스쿨(xkool)은 결국 처참히 망하고 맙니다. 돌아보면 학교 졸업장의 대체재를 만든다는 전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죠. 돌아보면 교육 개혁은 너무 크고 복잡한 문제였어요. 학교, 학생, 학부모, 기업 등 졸업장 하나에 얽힌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습니다. 무엇보다 졸업장이란 정부가 공권력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에 이것의 대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단지 종이 한 장 인쇄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커리큘럼 공유 서비스 커리큐는 두 달 만에 시제품이 나왔어요. 호평을 받았지만 성장은 금새 멈췄습니다. 사용자가 커리큘럼을 만들게 하는 것은 어려웠고, 서비스 제작 동기에도 결함이 있었어요. 학교 공부에 익숙했던 저는 세상의 모든 공부 단계를 모아 학습 시행 착오를 줄이는 것이 중하다 여겨 커리큐를 런칭했지만, 출시 이후 이것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번거로운 작업임을 실감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적 호기심임을 깨달았어요. 학교 밖 공부에는 정해진 길이 없지만 근성과 호기심을 가진 자는 어떻게든 길을 찾습니다. 학교는 근성을 키우지만 호기심을 죽입니다.


당시에는 나름 고민 많이 했다지만 돌아보면 스타트업 기본도 몰랐어요. 특히 나이브했다는 점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어요. 이제 보니 현대 교육 제도는 제가 생각만큼 마냥 부조리하지만은 않았고, 부조리한 부분에서도 최소한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부조리를 낳고 있는 레거시 시스템이지만, 산업 혁명 시절에는 혁신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기존 교육 제도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문제이니까요. (물론 지금도 변화의 조류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이 보이지 않는 Matrix에 갇혀 산다는 것과, 획일적인 현대 교육 제도가 Matrix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박탈당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비록 Matrix 속에 살 지라도 '이것만' 간직한다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호기심!

현대인이 Matrix 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웹의 발명으로 열린 온라인 세계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웹이란 결국 웹문서와 웹브라우저 그리고 웹문서를 서로 연결하는 하이퍼링크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토록 단순한 구조이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교육 개혁을 꿈꿨던 저는, 이제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합니다. 웹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될 것입니다.

지식과 정보의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시간 낭비가 두려워 탐험을 주저하는 인류가, 지적 호기심 충만한 탐험가로 거듭나도록 돕고자 합니다. 각자가 세상과 그들 스스로 규정해 놓은 자아의 껍질을 부수고, 자아의 진핵에 도달하여 세상 가운데 확장하며 서로 소통한다면, 세상은 보다 멋지고 그래도 살아볼 만한 곳이 되지 않을런지요.

사명으로 경영하라

비영리 조직은 사명의 완수와 이사회의 효과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지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실로 중요한 분야인 지식 근로자의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에 있어 그들은 진실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의 경영이 사명과 사명의 완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아마도 기업이 비영리 조직에게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일 것이다. 사명에서 출발하는 것은 조직으로 하여금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한 목적이 뚜렷한 조직이 될 수 있게 해준다. - 피터 드러커, 변화 리더의 조건

초기 창업자는 자신감이 충만하고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나만 믿고 따라와' 같은 말은 종종 하는데 이런 태도는 솔직히 별로다. 못 믿겠다는건 아니다. 다만 너만 믿고 가기는 좀 불안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개인의 지식과 시야와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개인의 자신감이나 호불호 그리고 서로간의 신뢰를 뛰어넘는, 의사 결정과 동기 부여를 위한 보다 높은 기준과 목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명과 비전!

아무리 어려워도 똘똘 뭉칠 수 있는 집단의 형태는 결국 두 가지. 하나는 의리로 똘똘 뭉친 의협 집단이고 다른 하나는 사명과 비전에 감화된 일종의 종교 집단. 그런데 의협 집단은 유비 관우 장비 같은 3총사 이상의 규모를 넘기 어렵다. 그 중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위대한 사명과 비전은 특별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규정한다 - 아트루트 쇼펜하우어
애플의 부사장이었던 제이 엘리엇이 애플 퇴사자에게 애플의 어떤 점이 가장 그립냐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원대한 비전과 함께, 회사 전체로 파문처럼 지시사항을 전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입니다.' 이는 이른바 해적 조직을 표방하는 애플의 강점과 더불어 비전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사명은 경영자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핵심 가치 제안. 이러한 사명을 추구하는 위대한 비전은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며 고객과 투자자를 감동시킨다. 변화와 선택의 갈림길에서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사명은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이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다. 경영자의 본질적인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목표와 크고 작은 목표들 사이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어떻게든 실행해 나아가는 것이다.

사장의 지상 과제는 ‘생존’ 아니냐고? 물론 생존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벤처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사명과 비전 없는 생존은 결국 표류와 다름 없다. 쪽배를 타고 변화무쌍한 망망대해를 해쳐 보물섬을 찾아 나아가려면 적어도 아득히 보이는 별빛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명과 비전이 밥 먹여 주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하는 꿈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늘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종탑도 치지 못한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결코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Company culture is everyday core values and actions of each member of the team in pursuit of company's mission - Alfred Lin, Former COO of Zappos and Partner of Sequoia Capital
사명과 비전을 부정하는 사람은 비전에 사로집히면 생각이 편협해지거나 뜬구름만 잡으려 든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편협해지는 이유는 사명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섣불리 뜬구름만 좇는 이유는 비전이 위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한 사명과 위대한 비전을 품은 자는 현실에 굳게 발을 딛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비전을 향해 나아간다.

사명과 비전은 로드맵과 다르다. 사명과 비전이 궁극적 방향을 제시한다면, 로드맵은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들을 나열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큰 그림은 사명보다 로드맵에 가깝다. 로드맵이 말 그대로 지도라면 사명은 북극성. 정글 또는 사막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지도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기에 방향을 가늠할 북극성이 필요한 것이다.

수익 모델만 명확하다면, 사명과 비전 없이도 당장 사업을 꾸려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사명과 비전이 없다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기는 어렵다. 길지 않은 익숙한 여정이라면, 당장의 목적지만 향해 가더라도 큰 무리는 없겠지만, 미지의 세계로 머나먼 탐험을 떠날 기업가라면,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작게 시작하라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무한히 작은 것의 역할은 무한히 크다 - 루이 파스퇴르

도에 지나치지 않는한 가장 단순하게 만들어라 - 아인슈타인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생략하고 제거함으로서 진보합니다. - 스티브 잡스

연극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보여주게! 자네라면 그런 잡동사니를 능히 만들 수 있겠지. 쉽게 생각한 것이 내놓기도 쉬운 법. 완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차피 관객들이 조각조각 뜯어낼텐데. - 괴테, 파우스트 中

벤처 창업 아이템 고르는 기준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Little Big Thing. 아니 Little 하면서 Big 하다니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바로 벤처 기업은 작지만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스타트업팀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관심 없는 사소한 문제만 붙들고 늘어지면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작지만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이 쉽고 잘 팔리는가? 더 많은 자금을 고객 모집에 투여하면 고객은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수익성 있는 모습으로 확실히 유입되는가? 고객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복적이고 확장 가능한 사업인가? 이 질문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 비즈니스 모델 구성 요소를 개선하고 테스트하게끔 고객 개발의 과정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고객 개발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넣지 않을 지를 찾는 것이다. 고객에게 MVP를 빨리 보여주고 기능을 최소화하라. 한 명을 위한 기능이 아닌 수백만 고객이 사용할 기능이 필요하다. 고객 개발 선언의 핵심 신조는 비울 수록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기능 추가를 줄이는 간단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비즈니스 모델 탐색을 충분히 거쳐 샅샅이 다 살피기 전에는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없다. - 스티브 블랭크 

무슨 무슨 시장을 한번 혁신해 보겠다. 무슨 산업의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창업의 모토를 이야기하는 창업자를 종종 만나요. 사업은 시장과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고 구체적인 사람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거예요. 그게 그거라고 오해 할 수 있는데, 완전히 다른 길임을 알기 바래요. 산업이나 시장을 만지고 싶으면 공무원 관료가 되거나 정치를 업으로 삼는 것이 적합하지 창업은 아니지요. 창업은 살아있고 이름을 부를 수 있으며 실존하는 '사람'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영역이라는 걸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구글은 내가 원하는 웹페이지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실시간 뉴스 유통체널이 된 트위터는 문자를 주고 받기 귀찮다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작하였다. 10대들이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을 보고 문자를 어느 한 곳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같은 문자를 여러 번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착안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학생들의 커뮤니티로 출발한 페이스북의 창업 스토리는 영화로도 나왔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 붐이 일던 90년대 후반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만들자’는 엄청난 비전을 품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을 단번에 이룰 수 없으므로 문제를 작게 쪼개기 시작했다.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하니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팔자. 뭘 팔지? 우선 책을 팔자! 배송시 파손 위험도 적고 규격화되어 팔기도 비교적 쉬우니까.’ 이렇게 시작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지금은 정말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벤처 창업을 구상중인가? 아니면 이미 창업 하였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래 사항을 점검해보라.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바로 시장조사)
  • 정말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인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 해결하려는 문제가 충분히 작은가? (위대한 비전을 향한 가장 작은 첫 걸음 찾기.)
  • 차별성이 있는가? (시장에 유사 서비스는 없는가?)
  • 수익성이 있는가?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인가?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창업자 자신이 핵심 고객층에 속한다면 문제 정의가 좀 더 수월하다.) 그들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내 주변 인물 중 이러한 속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이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써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신규 서비스로 갈아타지 않는다.) 우리 제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과 더불어 비전, 팀 소개, 재무 계획 따위를 '시장 지배력' 확보 가능성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사업계획서.

많은 벤처 기업들이 먼저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문제를 알아 보기도 전에 먼저 해결책(제품, 서비스)부터 만들어 놓고 뒤늦게 문제를 끼워 맞추곤 한다. 특히 사업 경험이 없는 초기 벤처 창업자의 경우 자존심이 (너무) 높아 개인적 고집을 기업가적 비전과 안목으로 혼동하곤 한다. 고집이 지나치기 때문에 동료를 구하기 어려우며,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출시해도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곤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 하기 보다는, 고객을 자신이 구원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

혼자 고민 오래 하다보면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시야는 좁아지고 생각은 비대해지며 그릇된 확신은 굳어진다. 다소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마치 예수처럼 물을 최고급 포도주로 만들어 팔 것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고급 포도주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물로 포도주를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굳게 믿고, 이에 기반한 온갖 논리를 쌓아 나간다. 물로 포도주를 만들 수만 있다면야 백만장자 되는건 시간 문제. 근데 문제는 애시당초 불가능하다는 점.

창업 아이템을 정하기 앞서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생각과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하여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눠보라. 그런데 때로는 문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 마련. (자기 문제를 스스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직접 창업했을 지도.) 문제 정의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거듭하면서 문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거나 사람들의 숨은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충분히 작은가? 초기 기업의 보유 자원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시간, 인력,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를 더 확보하려는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가용한 자원만으로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정도로 문제의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크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을 때 까지 쪼개어 가장 작게 시작하라.

어떤 이유로 하는 사업이건 무조건 작게 시작해야 한다. 보유 자원이 제한된 작은 조직은 특히. 크게 시작했다고 반드시 망하는건 아니지만 결과를 보기 까지 오래 걸린다. 크게 시작하려면 그 만큼 준비 기간 길테니. 오래 준비해서 크게 시작한 사업의 첫 반응 볼 때 쯤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를 소모한 상황.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다음을 기약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Risk 동의어는 Danger가 아닌 Uncertainty. 사업 준비 기간은 불확실성의 시간. 짧으면 짧을 수록 좋다.

줄이면 줄일 수록 강력해진다. 냅킨에 끄적인 아이디어에 거금을 투자했다는 실리콘벨리 전설은 허구나 허세가 아닐 수 있다. 기가 막힌 아이템은 작고 단순하면서도 강력하여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쉽게 쓰여진 사업계획서일 수록 훌륭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다니면서 사업을 구상 중이라 주말 밖에 시간이 없다면, 직장 관두고 보다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앞서 주말에만 구상해도 될 만큼 작게 줄여보라. 퇴사 시점은 매출 발생 이후라도 늦지 않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필수. 참고로 대문호 카프카도 생전에 투잡 신세였다고 한다. 그는 보험 공단에서 14년간 성실히 근무하며 작품 집필을 병행했다. 그는 또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책 수영 말타기 노젓기 등을 꾸준히 했다고 한다.

핵심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최소 기능 제품 (MVP, Minimum Viable Product / Minimum Value Proposition) 제작에 집중하라. 만드는 입장에서는 기능이 많아야 좋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를 접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니게 보일 뿐. 디자인의 정수는 체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에 있다. 작게 작게 또 작게, 핵심만 남기고 모두 벼려라. 나중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지금 그 기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급히 기능을 넣는 행위가 오히려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한 번의 업데이트로 단 하나의 가설만 검증하라. 여러 기능과 가설을 동시에 검증하려 들면 어떤 가설도 명확하게 검증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잘되는지 또는 안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간단한 시제품을 만들어서 측근에게 보여줘라. 적당히 작고 빠르게 만들지 말라. 완전 작고 엄청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하라. 그리고 측근의 반응을 살펴라. 설득하려 들지 말고 차분하게 반응을 관찰하라.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에는 사용자 반응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프로토타입이란 말 그대로 시제품이니만큼 완성도가 형편없이 낮아도 상관없다. 그저 써 볼 수만 있으면 된다. 우선은 가장 핵심적인 기능 하나만 있어도 된다. 예를 들어 트위터 같은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면 일단 글 쓰기 기능 딸랑 하나. 나머지 계획은 일단 말로 설명해도 된다. 심지어 실제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핵심 기능을 써 볼 수만 있으면 된다.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이퍼 프로토타이핑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사업 초기에 창업 아이템에 대한 보안을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다른 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따라 할 가능성은 드물다. 100명이 창업을 생각하면 그 중에 10명만 실행하고 그 중 1명만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검증받지 못하는 위험이 다른 사람에게 아이템을 빼앗길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도 보안이 걱정이라면 일단 측근들에게라도 공유하라. 앞으로 핵심 고객이 될만한 사람을 주변에 많이 두어라.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잠재 고객을 미리 확보한다면 이야 말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는 지혜로운 형국!


차별성이 있는가? 문제가 충분히 작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이라면 그 다음 고려할 것은 차별화.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없는가? 어떤 제품 또는 서비스가 약간의 기능 추가만으로 내가 생각한 솔루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유사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사람들이 기존에 이미 익숙하게 쓰던 것을 버리고 '굳이' 우리 것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자가 개인의 고집을 사업적 비전과 안목으로 혼동할 때 기존 서비스를 따라하는 아이디어를 고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는 아무래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에 봤던 서비스 형태에서 생각이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 어느 정도 좋은 제품만 내놓으면 세상 사람들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줄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미 시장을 점유한 막강한 경쟁자가 있다면 다른 아이템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좀 더 좋은 서비스가 있다한들 이미 익숙한 서비스를 쉽사리 버리지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서비스라면 더욱.) 따라서 경쟁 서비스를 이기려면 좀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서는 부족하고 도저히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매우 귀하게 여긴다. 듣도 보도 못한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둘러보는데 결코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이트를 처음 방문한 고객은 5초 이내에 머무를 것인지, 나갈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처음 접한 사용자는 5초 안에 서비스의 핵심 컨셉이 이해 됨은 물론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성까지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서비스를 '좋은' 서비스로 인식한다. 그래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기능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아니 가장 핵심 기능'만' 있도록 다른 부수적인 기능은 되도록 모두 빼야 하는 것이다.


수익성이 있는가? 기업에게 있어 현금 흐름은 필수적이다. 기업에게 있어 돈이란 마치 사람 몸에 흐르는 피와 같다. 자본 잠식 상태의 기업은 마치 중환자실의 환자와도 같다! (부채까지 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설령 엄청난 입원비를 감당할 여력이 될 만큼 충분한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하루 빨리 퇴원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잠재적 가치는 있는데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기업 형태로 시작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사회 운동이나 R&D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대기업들이 사회 공헌이나 R&D 투자 명목으로 사용하는 예산이 전체 매출의 몇 %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처음에는 기업이 아니었다. 구글은 창업자의 학위 논문 프로젝트였고, 트위터는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페이스북 역시 처음에는 일개 대학생의 개인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초기 창업가 중에 '세상을 바꾸겠다! 혁명을 꿈꾼다!'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정말 혁명이 꿈이라면 창업보다는 오히려 계몽 운동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무력 정변을 제외하고 삽시간만에 성공하는 혁명은 없다. 계몽은 일종의 봉사 활동으로서 오랜 관계와 헌신을 필요로 한다. 사업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그저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 것도 아니다. 사업은 어디까지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고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몇몇 벤처 기업이 마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 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아주 작은 무언가'를 주었을 뿐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만들다보면 기능을 넣고 싶고 생각한 기능 들어가면 좋아지는 것 같아 뿌듯하기 마련. 그런데 기능이 늘어날 수록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복잡도는 시간, 비용, 노력을 삼키는 괴물. 그러니까 기능 추가는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염시키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어느 정도 오염을 낳기 마련. 결국 최소 오염으로 최대 성과를 창출하는 최적 경험이 우아한 비즈니스 모델. 나는 돈은 쉽게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확천금 쫒자는 것이 아니다. 이상적인 수익 모델은 마치 날로 먹는 것 처럼 보일 만큼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는 뜻.

기술 기반의 벤처 창업의 경우 초기에는 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돈을 못 버는 기간을 견딜 대책이 필요하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정도가 아니라 명확하고 현실적인 복안이 있어야 한다. (사업계획서 작성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문서 작성 스킬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확실한 판매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원래 가진 돈이 많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어디선가 돈이 계속 들어오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돈이 되기 전 까지는 사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타트업의 성공과 투자 유치 과정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오려 걸린다. 벤처 투자는 보통 5~7년에 동안 3~4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최근에는 시제품 출시 전에 초기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Learn From Failure! 스타트업이 대박을 치려면 성공한 기존 제품보다 10배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 (로또 1등은 매주 몇 명씩은 나오니까.)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스타트업 경험을 통한 배움은 괴롭고 쓰디쓴 실패로부터 얻는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벤처 창업의 길은 결코 멋지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죽을만큼 위험하고 지나치게 고생스럽다. 업무 능력은 물론 인격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때로는 이미 익숙하고 지금껏 사랑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하면서까지, 보다 높은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벤처 업계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그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인정 받으며 Always Happily Ever After 하고픈 사람에게, 쓰디쓴 벤처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벤처 창업은 전쟁과도 같다. 충분한 후방 지원을 받는 상비군 정규전이 아니라, 최소한의 식량만 갖고 적진 깊숙히 뛰어드는 게릴라 특수전. 손자 말하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이건 그것을 창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룰 수 있다면 부디 그렇게 하길 바란다! 손자가 또한 말하길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 끝내라' 했다. 굳이 벤처 창업을 해야겠다면 사전에 시장을 충분히 탐색하고 가장 작게 시작하라!

초기 기술 기업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곤 한다. 일단 만들고 반응 보는건 가장 흔한 실수이자 나름 유효한 시장 검증. 바로 터지면 좋지만, 첫 반응은 대부분 싸늘. 그럼 이걸 계속 하나 아님 접나 하는 선택이 남는다. 당사자로서 참 힘들고 어려운 결정. 아직 시장을 못 찾았을 뿐이라 믿으면 버티는거고 아님 접는건데, 어떻게든 버텨보려면 적어도 소프트웨어 자체는 쉽고 참신하고 유용해야 한다. 결국 어느 쪽이 되었건, 규모가 작을 수록 결정이 수월하다. 크고 복잡하면 쉽고 참신하기 어렵고, 매몰 원가 때문에 과감히 접기도 힘들다.

(특히 기술 기업) 창업가들은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 말의 전제는 실행 단위가 매우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 비용보다 실행 비용이 적기 때문에 일단 해보는 것이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일단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한 가지 고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실행하려는 일의 크기가 충분히 작은가 하는 것이다.

또한 작은 실행들 사이에 반드시 회고가 있어야 한다. 지난 실패의 원인을 모른 채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은, 슬롯 머신 레버를 한 번 더 당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의 규모와 우선 순위 그리고 지난 실패를 통한 배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뭔가 떠오르면 일단 열심히 하는건 진취적 실험이 아닌 막무가내 좌충우돌 낭비.

결론: 분야 규모 형태를 막론하고 사업에 있어 작은 시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명한 스타트업 격언 Learn from Failure 또한 작은 시작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하다. 규모가 작아야 그나마 실패를 쉽게 인정하고 방향을 돌이킬 수 있다. 반면 프로젝트 규모가 클 수록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특히 누군가의 책임 소재 또는 자존심 문제가 되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정치질도 서슴지 않는다. 지리멸렬한 정치질 거치고 나면, 골든 타임 놓친 암세포처럼 사업과 조직을 잠식한 실패 여파는 결국 아무 교훈도 남기지 않고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세상 만사가 다 그렇지만 특히 창업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막무가내로 지른 사업이 우연히 성공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충분히 준비한 아이템도 실패할 수도 있다. 지난 성공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가올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초기 기업의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이 불행한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고 했다. 기업은 그 반대다. 성공한 기업은 그들만의 차별화 요인을 갖고 있고 실패 이유는 대게 비슷하다. 대동소이한 실패를 피하고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결국에는 성공을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래를 알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성공의 그 날이 오기까지 끝까지 버티려면 무엇보다 불필요한 위험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큰 꿈을 품되 위험을 최소화 하려면, 초반 단판에 올인하는 성급한 무리수를 삼가고 가장 작게 시작해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가장 작게 시작하기, 이것이야 말로 끈 꿈을 이루는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의 요체인 것이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않고 눈이 높지 않으며 내가 큰 일과 미치지 못할 기이한 일에 힘쓰지 않습니다. - 시편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