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본질과 오해

“What is the trick for the growing fast? Whenever you hear anyone talk about ‘growth hacks,’ just mentally translate it in your mind into ‘bullshit’." - Paul Graham, Founder of Y Combinator

기술 기업 입장에서 무척 섹시한 단어 조합 '그로스 해킹'은 단기간에 엄청난 입소문 효과를 내는 마법 같은 기법으로 곡해되곤 한다. 그래서 폴 그레이엄은 'Growth Hack = Bull Shit'이라고도 했다. 그로스 해킹이 유행하다 보니, 명확한 방향과 가설 없이 단지 여러 피상적 데이터를 다루는 것 만으로 스스로 스마트하게 일 한다 착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그로스 해킹은 입소문 마법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지속적인 실험 과정이다. 언제나 반드시 성공하는 실험은 없다. 션 엘리스가 저서 서문에 언급했듯, 결국 그로스 해킹은 린 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 있는 고객 개발 활동이다. 따라서 본래 의미는 '작은 반복 마케팅(Iterative Lean Marketing)'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로스 해킹 탄생 배경은 세스 고딘의 저서에 제기된 문제 의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처음부터 거대 계획을 세워 메스 미디어에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던 기존 마케팅은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고객 특성과 미디어 환경 그리고 기술 발전 속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메스 마케팅을 그로스 해킹이 대체한 것이다. 폭포수 개발을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 대체한 것 처럼.

‘에어비엔비 런칭하고 1년이 되었을 때 하루 방문자는 백여명에 두 명 정도 예약을 했어요. 노래로 치면 앨범을 냈는데 일년이 지나도 하루에 세 명 듣는 꼴이었죠.’ - Brian Chesky, Founder of Airbnb

초기 기업 대부분은 분석할 데이터 조차 가지고 없다.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은 고객 개발에 성공한 기업의 특권이다. 누릴 수 있다면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록. 과거를 돌아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과거 기록에 미래 방향이 모두 나와있지는 않다.

데이터가 있던 없던 반드시 지켜야 할 의사 결정 원칙이 있다. 방향과 우선 순위가 타당해야 하며, 건전한 의심과 반박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툭 툭 던지는 노이즈에 지나치게 흔들려도 안된다.

실은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으면서 데이터 운운하며 똑똑한 척이나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틀린 결정을 밀어붙이기 위한 통계 자료는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틀린 전제에 기반한 나름 정교한 논리를 얼마든지 쌓아올릴 수 있는 것 처럼.

'모든 연구 조사의 결론은 잠정적이며, 그것을 진행한 사람의 인지적 편향에 영향을 받는다.' - 한나 크리츨로우

유효한 학습을 위한 가설 검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이 없으면 가설이 없고, 가설이 없으면 측정할 지표도 없다. 겉으로는 성장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 결정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그저 촉으로 꼴리는 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웃긴건 그러면서 뭔가를 열심히 측정하고, 그 결과 보면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환호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데이터 분석 놀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열정을 놀이로 비하하는 것을 꺼리지만, 이건 그야말로 놀이 말고 다른 적절한 표현이 없다. 

어쩌면 감으로만 밀어 붙이는 것 보다 의미 없는 데이터에 취한 상황이 더 나쁘다. 전자는 적어도 책임 소재라도 명확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모두가 스스로 똑똑하다 최선을 다했다 착각하며 이력서에 자랑스러운 경력으로 언급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 없는 일은 없다.' - 피터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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