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라면 까는게 직장인이라는 말이나 주어 섬기는 시니어를 다소 한심하게 여긴다. 주니어는 주어진 일만 열심히 잘 해도 칭찬받지만, 진정한 시니어라면 스스로 판세를 읽고 때로는 직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매출과 영업 이익만 강조하는 사업가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가 정신 없는 사장은 장사치일 뿐이다.
사실 직장인은 까라면 까는게 맞다. 사장은 기본적으로 장사를 잘 해야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건 그저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을 잘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만, 기초 수준에 머물러서는 결코 탁월할 수 없다. 그러면서 탁월함의 경지를 배척한다면 발전의 여지도 없다.
그런데 가만 보면 반드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고개가 갸우뚱할 의외의 인물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제법 성공해서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은 사람 중에 의외로 더 치고 나가지 못하거나 주저앉는 경우도 많다.
의외의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그 만큼 성공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운을 제외하고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방향일 것이다.
역경을 딛고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 후일담 들어보면 될 때 까지 버티니 성공하더라는 말이 많다.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면 버티는 근성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실은 버티고 버티다 결국 골로 간 사람이 더 많다.
끝까지 버텨서 성공한 비결은, 물론 능력 노력 근성 따위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능성 있는 방향을 골랐기 때문. 저 아래 금맥 묻힌 땅을 팠기 때문인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땅만 파봐야 결국 무덤 파는 것이고, 물 들어오지 않는 자갈 밭에 죽어라 노 저어봐야 노만 부러진다. 틀린 방향으로 열심히 뛰면 목적지에서 더 멀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성공에는 운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그나마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방향. 조류가 있고 순풍 부는 쪽으로 방향 잡았다면 가만 있어도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 와중에 열심히 노 저으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노 저어 더한 속도는 순풍이 미는 속도에 비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런데 선장은 종종 내가 열심히 노를 저어 지금껏 이 만큼 왔다 착각하고 선원들에게 더 열심히 노를 저어라 닥달한다. 그러다 직원들 탈진하는 경우 부지기수고 때로는 배가 뒤집히기도 한다. 배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거나 바닥에 구멍 나서 물이 들어와도 선장 닥달에 노젓기에 여념 없는 선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배를 짓고 돛을 달고 바다로 밀어 옮기고 조류를 타기 위해 움직이는 시점까지는 인력이 중요하지만, 조류와 바람을 타고나면 방향과 시스템 따위가 더 중요해진다. 많은 창업자들이 이러한 국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관성의 지배를 받는 사람은 원래 변화를 꺼려하고, 아드레날린 중독 상태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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