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

삶은 고통. 기쁨은 짧고 고통은 길다. 물질 세계 동물에게 고통만큼 명징한 것은 없다. 나와 세상의 고통에 대한 해석이 세계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기독교 세계관에 동의한다.

인간 본성을 알 수록 예수의 삶과 죽음에 관한 설정에 깊이 공감한다. 저 멀리 높이서 병신들 구경하면 재미있다. 말 안통하는 답답한 인간들 속에 부대끼며 해꼬지 당하는 것이 좆같은 것이다.

예수의 실존은 역사 학계 학자 다수가 동의하지만, 이것이 그의 신성을 증명하는 근거는 아니다. 만일 예수의 신성이 허구라면, 예수 신화 작가는 인간 본성에 정통한 인류학자일 것이다.

수십년 기독교 신자로 살았지만 믿지 않을 이유도 충분히 많다. 그래도, 타인과 세상에 폐가 되지 않는다면, 신앙 놓지 못할 듯. 나약하고 생각 많은 나는 의지할 대상과 삶의 의미가 필요하다.

내가 신앙을 가지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내가 너무 약하기 때문. 이를 깨달은 이후 나는 어떠한 전도 활동도 하지 않는다. 나보다 강한 자의 신념을 바꾸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 코미디니까.

지금껏 소원들을 이루길 바라며 서두르고 조바심 내며 살았다. 돌이켜보면 당연하게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은 주어졌고, 생각지도 않은 수확도 있었다.

그러고보면 믿음 안에서 조바심은 필요 없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은 내가 틀린 길을 택했거나 아직 때가 아닌 증거. 내 뜻이 하나님 계획과 달랐음을 확인할 따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나의 성공 또는 실패 따위가 내 삶의 의미와 운명을 정하지 않는다. 고통을 면하면 당연히 좋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고난 중에 주를 의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약한 나는 고통 앞에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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