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기적의 통로가 아니다

열성적인 신도는 여러 소원을 제목 삼아 주님의 응답을 바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그런데 기도 응답이란 결국 오비이락. 소원은 노력했거나 운이 좋아서 이루어진다. 이 또한 주의 개입이라 믿는건 자유지만 증거는 없다.

성경 속 기도 중 현실 기도와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이 에서 재회 직전 야곱의 기도. 야곱은 에서 비위를 맞추려고 선물을 바리 바리 싸서 보냈고, 그래도 불안해서 홀로 기도했다. 에서는 원한을 잊고 야곱을 환대했다.

우리 식대로 말하면 응답을 받은 샘인데, 성경이 주목하는 대목은 에서의 환대가 아닌 밤새 씨름하던 천사가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불구가 된 사건. 에서 마음을 움직인 것이 하나님인지 야곱의 노력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야곱의 기도와 마찬가지로 하나님 관심은 기도 응답에 있지 않다. 우리가 밤새 기도한들 천사가 나타나 씨름을 걸지도 않는다. 주님께 빌어 내 소원을 이루는 것을 기적이라 말한다면, 기도는 절대 기적의 통로가 아니다.

성경의 모든 기적은 예수를 향하고 있다. 기적의 절정이자 최종 목적인 예수 부활을 이루셨으니 더 이상의 기적은 필요가 없다. 그러고보니 '내 꿈을' 이루실줄 굳게 믿고 기도로 나아가라는 교회의 가르침은 담대한 개소리.

하나님이 고작 내 따위 이루려고 공공연히 나설 필요도 없거니와, 꿈을 예수보다 높이 받드는 것은 십계로 금한 우상 숭배. 예수 부활 이후 신자에게 요구되는 삶은 성취가 아닌 오직 예수만 의지하는 자기 부인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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