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금융적 철학적 박애주의적 투기꾼으로 불러달라.' - 조지 소로스
투자와 투기는 경계가 모호하여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다지만,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투자든 투기든 성공하려면 우선 본인 입장과 목적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투자의 정의는 가치 투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의 것이다. 그는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두는 것이라 하였는데, 이것 만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초기 벤처 투자는 분석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원금 보장 가능성도 낮다. 데이 트레이더도 열심히 공부하고 철저히 분석하여 원금을 지키며 수익을 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나는 투자란 특정 사업 또는 산업 발전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 표시로서 종자돈 따위를 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보통 최초 투자 이후 3년 이상의 장기간의 회수 스케줄을 잡는다. 투자의 근본 목적은 사업 또는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손실을 감수해도 좋다고 여기는 사명감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산업이 유망하여 손실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확신에 근거하여 투자 집행을 한다. 벤자민 그레이엄과 나의 정의를 종합해보자면, 투자란 원금을 지킬 수 있거나 원금 손실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만한 자금 운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투기는 오직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 자금을 운용이다. 투기에도 산업 동향이나 기업 업황 따위가 활용된다. 하지만 투기 자금은 해당 사업이나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자금을 대는 것이 아니다. 투기의 목적은 오직 차익 실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따위를 사고 파는 사람이 비록 내가 손실을 입더라도 해당 코인 생태계 또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내 돈이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없다. 코인 가격이 언젠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폭락하면 큰일 날 줄 알면서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기로 인한 수익 창출은 그것이 위법만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오직 성공과 실패만 있을 뿐. 하지만 부자가 형님인 자본주의 사회라도, 그 사회가 건강할 수록, 투기를 바람직한 행위로 여기지는 않는다. 고리대금업을 천하게 여기는 것 처럼. 그래서 투기꾼은 투기를 투자로 포장하기 원하지만, 아무리 포장을 해도 투기는 말 그대로 투전.
내가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려는 목적은 투기꾼의 가면을 벗기고 탐욕을 까발리려는 것이 아니다. 각 영역에서 성공에 필요한 역량과 접근법은 서로 상당히 다르니 이것들을 확실히 알자는 것이다. 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뭐든 하기로 했다면 기왕이면 성공을 하는게 좋겠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는 이론, 지식, 전망, 분석이 통하는 합리의 영역.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근거는 경제나 재무 따위의 이론으로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고, 정량적 분석이 어려운 경우라도 정성적 분석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반면 투기는 눈치와 기대 심리 그리고 선동의 영역에 더 가깝다. 물론 투기꾼도 분석을 한다. 하지만 투기꾼의 분석 대상은 합리보다는 심리의 영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케인즈는 투자는 자본의 수익을 예측하고 투기는 시장의 심리를 예측하는 행위라 말했다.
투기꾼이 자신의 투기 행위를 투자라 착각하면 자칫 감당하기 힘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기판을 합리적 잣대로만 판단하는 것도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과 합리만으로는 비트코인 시가 총액이 삼성 전자를 초과하는 상황이나, 테슬라 PER 2,000 육박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투기판에서는 눈치 빠르고 대중의 기대 심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이긴다.
투자든 투기든 성공하려면, 먼저 내가 하려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스스로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투자를 하던 투기를 하던, 미래에 대한 나름의 예측과 논리를 가지는 것은 좋다. 없는 사람보다 잘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측에 반하는 정보와 상황에도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팔랑귀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확신으로 스스로 시야를 좁히지 말라는 것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사람은 항상 실수를 한다, 이것이 인간과 미래에 대해 100%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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