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넷플릭스 참교육 재밌네. 사명감 투철한 공무원과 끝까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이 억울한 사람을 돕는다는 설정이, 인간 흉기급 완력으로 교권을 지킨다는 GTO 같은 설정보다 훨씬 판타지 같았다.

교권이 무너진 진짜 이유는 요즘 애들이 막나가서도 체벌이 없어져서도 아니다. 입시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렸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중고등 위주의 진단이고 초등 교육은 문제 양상이 다를 수 있다.)

법이 못하는 일을 누군가는 나서서 복수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피해자들도 숨 쉬고 살지 않겠습니까. - 참교육 4회

입시에서 학교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건 자연스러운 현상. 소위 돈되는 분야에서 공공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공공 영역은 돈이 되지 않아 시장이 외면하지만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을 다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교육은 입시보다 훨씬 근본적인 덕목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인성, 토론, 문해력, 자본주의 민주 시민 소양 같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러한 급진적 변화가 어렵다면, 학교 교실은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들이 학교가 보급하는 입시 교육 서비스를 원하는 사실상 유일한 계층이니까. 

한 때 교육 개혁을 꿈꾸며 무모한 도전을 감행해 인생이 꼬였다. 그런데 학교도 내가 다니던 시절 보다 더 엉망인 듯. AI 시대에 교육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디로 갈까.

대단한 일을 한다는 막연한 착각과 조바심에 크게 사고를 쳤고, 그래도 방향은 맞다는 믿음으로 지금껏 버텼다. 격변의 시대에 나는 이대로 계속 가도 좋은가. 새삼 느끼는 두려움과 초라함에 마음이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