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사람이 되려면

합리적인 사고 능력과 의사 소통 능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이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며, 특히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에서는 개개인의 합리성이 곧 회사의 시스템. 합리적인 사고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는 사고'. 그렇다면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떠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우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름 지식과 식견을 갖추고도 이를 힘겨워하는 경우도 있다. 지식과 능력이 모자라지 않더라도 말과 생각이 두서없을 수 있다. 직급이 높아질 수록 업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므로, 논리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면 본인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그런데 단지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스스로 합리적이라 여긴다면 큰 오산. (이것 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넘쳐나긴 하지만.) 정말 합리적이려면 논리와 더불어 자기 객관화 능력이 필요하다. 자기 입장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철하게 점검해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면 타인 객관화는 알아서 될 것이다.) 사람은 본래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이므로, 자기 객관화가 결여된 논리는 자칫 합리화의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

자기 입장을 냉철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반성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강한 멘탈이 필요한 것 같다. 지나치게 소심해서 다른 사람의 비평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자존감보다 자존심이 더 강해서 스스로의 실수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다면, 자기 객관화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 '어디', '누가' 같은 드러난 현상 보다는 문제의 기저에 있는 '왜'를 묻는 태도가 중요하다. 논쟁이 단지 서로간의 자존심 대결이 아닌 최선의 대안에 도달하는 수단이 되려면, 주장 뿐 아니라 근거 제시와 의도 표현을 잘해야 한다. 회의와 토론의 진정한 목적은 그저 어떻게든 내 의견만 관철시키는 것도, 서로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점을 찾는 것도 아닌, 나를 포함한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의도와 방안을 최선의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토론에 임하기도 전에 답을 정해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답을 미리 정해 놓으면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을 피곤하고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이면 당초 계획대로 일이 빨리 진행된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자칫 문제의 기저에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을 놓칠 수 있다. 그저 앞만 보며 달려가다보면 자칫 길가에 있는 중요한 표지판을 못보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고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성과 논리만 앞세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차가운 논리 보다는 따뜻한 인간미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무조건 논리를 들이대는 것도 또한 매사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도 모두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성으로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인간적으로 접근해야될 상황에서 논리부터 꺼내어 들면 서로간에 오해가 발생하기 쉽다.

솔직히 나는 스스로 정말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신하지 못한다. 다만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은 하고있다. 그런데 부족한 내가 봐도, 다른 사람들 생각에 쉽게 동조하거나 익숙한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안주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스스로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또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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