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교체와 적폐 청산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제시하는 박정희 시대와의 결별, 시대 교체의 비전에 정말 공감한다. 단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관통하는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문재인이 기존 지명도, 이재명이 적폐 청산의 이미지를 점유한 가운데, 비전 제시로서 이들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진영 논리를 넘어 서로 화해하자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진영 논리는 드러난 현상일 뿐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진영 논리가 생겨난 근본 원인을 따져보지 않은 채, 그저 진영 논리만 타파하면 된다는 공허한 외침은 화해의 지름길이 아니라 위선적인 우월감의 표시이자 또 다른 진영 논리일 뿐.

우리 사회가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이유는 정의가 패배한 한국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산한 이후, 우리 사회는 단 한번도 친일파를 비롯한 기회주의자의 득세를 끊어낸 적이 없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적폐가 오늘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려면, 역사의 적폐를 끊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지만 오래 두면 수술이 커진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가 뒤엉켜 서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환부를 도려내고 고름을 짜내야 새 살이 돋는다.


박근혜 최순실 정국의 시대적 요구는 다름아닌 적폐 청산. 이를 위해서는 화합 이전에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권선징악 시스템이 바로 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언제까지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각자도생 상태. 정의가 바로서지 않고 불의가 청산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적폐 청산에 대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진영 논리 타파만 외친다면 그건 존 레논의 이매진과 다를게 없다. 아름답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중앙 정치인으로서는 여러 허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화답한 이재명 시장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후보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이번 야권 대선 후보 라인업은 정말 역대급. 하차한 박원순 시장을 포함하여, 솔직히 누가 되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다들 훌륭하다. 정동영으로 대선 치뤘던 시절 생각하면 격세지감. 제발 반기문 황교안 따위만 아니길 바란다.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인 새누리당 출신들도 안된다.

부디 공정한 경선을 통하여 모두의 장점을 품은 후보가 나오길. 모두를 포용하는 큰 형님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문재인. 누가 되었던 반드시 정권 교체 이루고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다져 주시길. 선거 제도 개선을 첫 걸음으로 입법, 사법, 행정, 언론, 재벌 등 전 분야에 걸친 개혁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