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한 줄 요약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읺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이는 인생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많은 영웅 호걸의 흥망성쇠를 다룬 삼국지 만한 좋은 인생 참고서도 드물다.

나는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곤 하는데, 삼국지는 한 스무 번 쯤 본 것 같다. 삼국지를 스무 번 본 사람으로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흥망성쇠 과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똑똑한 사람 말 들은 사람은 흥하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 여기서 똑똑함이란 intellectual 보다는 wise에 더 가깝다.

유비는 제갈량을, 조조는 순욱과 곽가를, 손권은 주유와 육손을 곁에 두고 그들의 조언을 따랐다. 반면 원소는 전풍과 저수를, 여포는 진궁을, 장수는 가후를 수하에 두고도 그 조언을 듣지 않고 결국 망하고 만다. '장수가 나의 계책을 듣고 쓴다면 승리할 것이니 나는 머무른다. 나의 계책을 들어 쓰지 않는다면 패배할 것이니 나는 떠난다.' 했던 손자의 말 처럼.


우리는 이미 수천년 전의 역사를 전지적 관점에서 결과만 놓고 보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저렇게 패망한 군주와 장수들이 그저 한심한 고집쟁이로 보이지만, 당시 관점에서 저들은 불세출의 호걸이요 당대의 권력자. 원소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흔히 개막장 쓰레기로 알고 있는 여포 조차도. 여포는 동탁을 죽이고 잠시나마 한나라 조정의 정점에 섰던 자이며, 조정에서 밀려난 뒤에도 그 휘하에 책사 진궁은 물론 장료, 고순 같은 맹장들이 포진했던 것만 봐도 여포의 비범함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저들이 지혜로운 측근의 조언을 무시한 데에도 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자기가 측근보다 명성이 높거나 경험이 더 많던지,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던지, 그냥 듣기가 싫었던지, 아님 다른 욕심이 있던지. 물론 지금 보면 이런 이유들 조차 그저 한심할 뿐이지만, 당시로서는 그렇게 쉽게 단정지어 말할 것 만은 아니었을 터. 조언자와 결정권자가 느끼는 책임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책사라도 자기 의견을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내 인생이니까. 유비 또한 제갈량의 조언과 반대로 결정한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내 인생의 모든 순간을 굳이 전쟁과 같이 승패로 단정지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인지도. 하지만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라는 격언 처럼 우리내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며, 누군가는 좀 더 나은 선택을 누군가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우리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준다. 우리가 비록 삼국지의 영웅처럼 천하를 호령하는 군주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 인생의 주인일진데,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지혜롭게 경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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