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동기와 사명

저의 창업 동기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자유를 앗아간 교육 제도에 대한 한(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입시 지옥을 이겨내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하였으나, 시간이 흐를 수록 대학 생활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탈학교론을 접하면서 획일적인 현대 교육 제도의 모순을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현대인이 일종의 Matrix에 갇혀 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졸업 이후 잠시 몸담은 대기업에서도 염증을 느낀 저는 결국 온라인 교육 개혁을 꿈꾸며 창업을 결심하였습니다.
School is the advertising agency which makes you believe that you need the society as it is. School has become the world religion of a modernized proletariat, and makes futile promises of salvation to the poor of the technological age. - Ivan Illich
하지만 저의 원대한 꿈을 담은 첫 프로젝트 엑스쿨(xkool)은 결국 처참히 망하고 맙니다. 돌아보면 학교 졸업장의 대체재를 만든다는 전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죠. 돌아보면 교육 개혁은 너무 크고 복잡한 문제였어요. 학교, 학생, 학부모, 기업 등 졸업장 하나에 얽힌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습니다. 무엇보다 졸업장이란 정부가 공권력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에 이것의 대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단지 종이 한 장 인쇄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커리큘럼 공유 서비스 커리큐는 두 달 만에 시제품이 나왔어요. 호평을 받았지만 성장은 금새 멈췄습니다. 사용자가 커리큘럼을 만들게 하는 것은 어려웠고, 서비스 제작 동기에도 결함이 있었어요. 학교 공부에 익숙했던 저는 세상의 모든 공부 단계를 모아 학습 시행 착오를 줄이는 것이 중하다 여겨 커리큐를 런칭했지만, 출시 이후 이것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번거로운 작업임을 실감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적 호기심임을 깨달았어요. 학교 밖 공부에는 정해진 길이 없지만 근성과 호기심을 가진 자는 어떻게든 길을 찾습니다. 학교는 근성을 키우지만 호기심을 죽입니다.


당시에는 나름 고민 많이 했다지만 돌아보면 스타트업 기본도 몰랐어요. 특히 나이브했다는 점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어요. 이제 보니 현대 교육 제도는 제가 생각만큼 마냥 부조리하지만은 않았고, 부조리한 부분에서도 최소한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부조리를 낳고 있는 레거시 시스템이지만, 산업 혁명 시절에는 혁신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기존 교육 제도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문제이니까요. (물론 지금도 변화의 조류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이 보이지 않는 Matrix에 갇혀 산다는 것과, 획일적인 현대 교육 제도가 Matrix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박탈당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비록 Matrix 속에 살 지라도 '이것만' 간직한다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호기심!

현대인이 Matrix 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웹의 발명으로 열린 온라인 세계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웹이란 결국 웹문서와 웹브라우저 그리고 웹문서를 서로 연결하는 하이퍼링크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토록 단순한 구조이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교육 개혁을 꿈꿨던 저는, 이제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합니다. 웹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될 것입니다.

지식과 정보의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시간 낭비가 두려워 탐험을 주저하는 인류가, 지적 호기심 충만한 탐험가로 거듭나도록 돕고자 합니다. 각자가 세상과 그들 스스로 규정해 놓은 자아의 껍질을 부수고, 자아의 진핵에 도달하여 세상 가운데 확장하며 서로 소통한다면, 세상은 보다 멋지고 그래도 살아볼 만한 곳이 되지 않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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