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에 집중하라

실은 거의 모든 결정에 있어서 외부의 선동과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지만, 사람은 보통 자기 마음대로 뭔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듯한 느낌을 좋아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소통을 특히 남의 말 듣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런데 전혀 안들을 수는 없으니, 보통은 합의나 권위에 의존한다. 내가 네 말 한 번 들었으니 너도 내 말 한 번 쯤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합의요, 무조건 내 말만 들으면 되 또는 나는 그저 시키는 데로 했을 뿐이야 따위가 권위적인 방식.

적당한 합의는 적당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좋고, 권위는 빠르고 일사분란한 결정을 낳는다. 하지만 둘 다 최고의 결정에 이르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소통 방식은 의도를 묻고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인류의 영원한 난제. 사람의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작업이 의사 소통. 세상에 완벽한 소통은 없다. 문제는 늘 생기기 마련. 그나마 문제를 줄이려면 일단 자기 의사를 최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교통 사고를 줄이려면 일단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는 것 처럼.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을 때, 그리고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느꼈을 때, 먼저 나의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남탓을 한다거나,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좋겠다’ 같은 망상을 품는 순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결국 만성화 되고 만다.

직급이 높을 수록 업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리더에게 있어 소통 능력은 필수 요건. 소통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의도 표현과 파악을 잘해야 한다. ‘무얼 하자 또는 하지 말자’ 같은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왜(Why)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도를 묻는 것이다.


자기 의도를 스스로 명확히 파악하고 표현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말의 본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고객의 핵심 요구사항을 확실히 파악했다면 프로젝트는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의미있는 회의를 하려면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주장에만 집중하면 결국 누군가의 의견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절충안에 대충 합의하는 것 이상의 결정을 하지 못한다. 쓸데 없는 자존심 대결이 되기도 하고. 자기가 내뱉은 주장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면, 설령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본래 의도에서 점점 멀어진다.

'누가(Who)’ '무엇을(What)’ 주장하느냐 보다 '왜(Why)’ 그런 주장을 하는지 묻는다면, 주장 자체는 별로지만 의도는 좋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주장은 버리되 의도는 살려서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채택되지 않는 의견도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므로, 회의 참여자는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토론의 목적은 문제 해결. 토론이 싸움이라면 적은 해결해야 할 문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나의 사업, 작업, 의견, 아이디어 따위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리고 질문과 비판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전투를 벌인다. 그러는 사이 진짜 적은 더 깊이 매복하여 세력을 키운다.

회의나 논쟁 상황에서 하수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결국 자기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시큰둥하며, 최악의 경우 파벌을 만들어 소위 말하는 정치질을 한다. 반면 고수는 자기 생각의 이유와 근거를 말하고, 자기 의도가 바람직한지 확인하며, 좋은 의도에 부합한다면 다른 의견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어떻게든 내 의견만 관철시키는 것도, 서로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아닌, 나를 포함한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의도와 방안을 최고의 것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회의와 토론의 진정한 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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