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붕괴의 원인은 교실

"현대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두려워한다. 학교 제도에 집어넣고 억누르려 한다. 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정신병자가 되거나 아니면 예술가가 된다. 나는 아이를 낳으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 존 레논

어느 학생이 자신을 채벌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여 교사가 연행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 권위 추락 문제가 불거졌고, 교실 공동화 현상이나 사교육비 문제도 교실 붕괴 이슈의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요즘 청소년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다양한 개성이 문제라고 합니다. 학생을 통제 대상으로 여긴다면, 청소년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다양한 개성을 문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지는 청소년들을 획일적 집합 교육으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교육을 서비스로 여긴다면 학생들의 성향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서비스 주제에 감히 수요자의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수요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하여 맞추어야 하니까요. 수요자의 개성이 다양하다면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교육을 서비스로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 공교육이 실시하고 있는 지식 교육은 분명 서비스입니다. 인성 교육은 서비스 밖의 범주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지금의 학교 교육 과정은 어디까지나 대학 수학 능력 배양을 위한 지식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입시 경쟁에서 밀려난 대다수의 아이들은 딱히 다른 대안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닙니다. 몸만 학교에 있을 뿐 인생과 학습에 대한 아무런 의욕도 없는 아이들은 좀비나 다름 없습니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입시 준비를 하는 몇몇 학생은 학교보다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원을 찾게 됩니다.

결국 40명 정원의 교실에서, 1명은 자퇴하고, 2명은 한국 교육 현실을 피해서 유학 가고, 3명은 학원 숙제 하고, 4명은 만화책 보고, 25명은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고, 오직 5명만이 수업을 듣는 이른바 교실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교실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지옥 그 자체입니다.

교실 붕괴는 학교가 효과적인 지식 전달이라는 기본 기능 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인 것입니다. 되바라진 요즘 아이들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인성을 배양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나마 집중하고 있는 입시 대비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시 제도를 조금 바꾼다고 해서 교실 붕괴 문제가 개선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떠한 입시 제도를 택하던지, 그것이 절대 평가 방식이 아닌 상대 평가 방식이라면, 그것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인정하기 보다는 학생들을 선발되는 소수의 학생과 밀려난 대다수의 학생으로 극명하게 나누는 제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학교가 유일하게 제대로(?) 하고 있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것 뿐입니다. 스토리가 철저하게 배제된 교과서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입시 위주의 지식 교육에서조차 실패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학교와 교사의 통제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비교를 당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학생들의 내적 학습 동기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시험 성적 압박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탐색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고 시험 성적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범위 만큼의 공부만 하게 됩니다.

획일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모든 학생들이 소모적인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합니다. 시장이 수요자의 욕구에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사교육 문제는 문제의 원인이 아닌 현상일 뿐인 것입니다.

학교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통념은 그릇된 편견입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라 가만히 놔둬도 사회적 관계를 맺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의 학교 공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의 인성과 사회성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유년기에 또래 집단간의 놀이를 통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사회성을 익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와 학원에 거의 하루 종일 갇혀 지내는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또래 집단과의 놀이를 통한 자연스러운 사회화를 경험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학교 공교육 제도는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교 공교육이 지식 교육과 인성 교육에 필수적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집니다. 이 사회가 학교 공교육 제도에 졸업장 발행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하기 때문입니다. 졸업장은 이 사회에서 화폐 가치를 가지는 유가 증권입니다.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금과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식 정보화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이미 미국 주요 명문대 강의는 물론 온갖 학습 자료와 도구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공교육 제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지식 교육에 대한 공교육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 공교육의 모습은, 지금처럼 교육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활동에 대한 후방 지원 인프라가 되는 것입니다. 학교는 주로 민주 시민 양성과 시장 경제 체제 적응을 위한 인성 교육과 진로 탐색을 담당하고, 지식 교육에 대해서는 커리큘럼 정보와 학습 자료는 제공하되, 학습 방법과 진도에 대해서는 개인 자율에 맞기는 것이죠.

공교육이 축소되면 교육의 평등이 훼손될 것이라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평등은 아닙니다. 공교육이 축소되면 사교육 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국영수 위주로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지금의 사교육 시장은 보다 다양한 학습 욕구를 반영하여 변화될 것입니다.

공교육이 축소되면 학생들의 실력이 낮아질 것 같다고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차피 지금의 학교는 입시 위주의 지식 교육에서조차 실패하였습니다. 학교의 지식 교육이 축소되더라도 입시 대비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에게 해로울 것은 없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1971년에 그의 저서 '탈학교 사회'에서 지금의 교육 문제의 대안으로서 '학습 자료와 학습 동료가 연결된 학습 네트워크'를 제안하였습니다. 당시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았을 그의 제안은 인터넷의 발달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학교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까요? 각자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The Curcial Task of Education is to teach kids how wo learn. To nurture curiosity, to encourage wonder, and to instill confidence so that later on they'll have the tools for finding answers to many questions we don't yet know how to ask' - Sal Khan, The One World Schoolhouse

댓글 8개:

늘늘 :

좋은 글입니다. 예비교사로서 지금 한창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과 사진 퍼갑니다.^^

june :

@늘늘 - 2010/11/29 01:01
혹시 바로 위의 불펌금지 경고문은 보셨는지요..ㅡㅡ;

늘늘 :

헉;; 죄송합니다. 지금 시험공부할때 도움될것 같아 그랬는데 경고문을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허락해주심 안되나요ㅠㅠ

늘늘 :

일단 경고문까지 꼼꼼히 읽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교실공동화 현상을 학생수로 간략하게 설명하신 부분이 인상깊어서 그 구절과 사진을 캡쳐해갔습니다.

사후약방문 격이고, 이미 기분이 상하셨겠지만 제가 이 글의 일부분을 참고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학교 과제로 간단한 저널 쓰기가 있는데 거기에 이 글의 일부분을 인용한 상황입니다.



뒤늦게야 블로그 운영 방침 등 공지사항을 읽고 리플 답니다.



죄송합니다.



p.s. 위 댓글은 삭제해 주세요ㅠㅠ

june :

오프라인 매체를 통한 일부 인용이라면, 인용 출처를 밝혀주신다면 허락할께요. 물론 출처는 이 글의 URL 주소입니다. 앞으로 어떤 자료 인용하시던 자료 인용이 가능한지,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는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출처는 반드시 밝히는 습관을 들이세요. 특히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셔야 하는 입장이시라면요^^

늘늘 :

고맙습니다! 논문이나 책은 어떻게 출처밝힐지 습관이 되어 있는데, 사실 인터넷에서는 사전을 제외하고는 자료 인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네요. '퍼가실때 댓글 남겨주세요~' 이정도 선에서 항상 블로그 글들을 스크랩하거나 이용하다보니...;; 요즘 학생들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자료 도용하거나 인용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작권 문제에 대해 가르칠때 두고두고 이 경험을 활용해야겠어요ㅎㅎ

소담 :

보고서 작성에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의 일부나 사진 인용해도 될까요?



출처는 확실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june :

@소담 - 2010/12/18 20:06
그렇게 하시지요. 근데 혹시 보고서 형태가 온라인이라면 트랙백이나 댓글로 링크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