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상도 리뷰

소설 상도(商道)는 조선 최대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최인호의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짧은 언급, 구한말 사학자 문일평이 남긴 평전 넉 장 만으로 단행본 다섯 권 짜리 이야기를 풀어냈다. 상인의 기지와 철학 그리고 애절한 사랑은 물론 홍경래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까지 어우러진 역작. (아래 내용 부터는 스포주의!)


드라마 상도는 MBC를 통해 2001년 10월 15일부터 2002년 4월 2일까지 방영되었다. 상도를 지키려는 홍득주, 임상옥과 오직 이익과 지위를 쫒는 박주명, 정치수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다녕은 박주명의 딸이지만 사람의 도리를 버리고 이익만을 쫒는 박주명과 정치수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상도를 지키려는 임상옥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키워간다. 사람을 살리는 상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드라마 상도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①01~24화: 홍득주 만상과 임상옥의 성장, ②25~38화: 임상옥 만상의 인삼 무역을 통한 재기와 도약, ③39~43화: 홍경래의 난, ④44~51화: 목민관 임상옥

임상옥은 홍득주가 이끄는 만상의 유기전 말단 사환으로 들어간다. 성실하고 유능한 임상옥은 유기 등짐 장사 성공(7화)과 주석 매점 성공(9화)으로 주목을 받는다. 이후 청나라 기녀 장미령 구출 건으로 본전 서기(16화)가 되고, 만상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원행 상단을 이끌고 한양으로 간다. 정치수는 임상옥을 견제하고자 만상 비단전 서기 유두철을 매수하고 봉수대 봉화까지 조작하여 임상옥 상단을 궁지로 몰지만, 설 대목을 노리고 어물을 매점하려다 임상옥에게 거꾸로 당하고 만다. 임상옥은 정치수의 계략을 되받아쳐 어물 매점에 성공(20화)한다. 하지만 임상옥은 어물은 서민의 생필품이며 어물 장사는 작은 장사치들의 생계 수단이라는 이유로 큰 이익을 남기지는 않는다. 이러한 임상옥의 상재와 성품을 높이 산 홍득주는 임상옥을 본전 행수(21화)로 임명한다.

그러나 거급된 송상의 계략으로 만상은 결국 망하고 만다. 그런데 장미령의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은 임상옥은 기지를 발휘하여 인삼 교역권을 얻어 만상을 다시 일으킨다. 결국 임상옥은 홍득주의 뜻에 따라 만상 도방(29화) 자리에 오른다. 연경 약령시 인삼 거래로 드라마 상도는 절정에 이른다. 모든 연기자들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희비가 교차하는 절정의 순간을 연기하는 36회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 연경 약령시를 계기로 임상옥의 만상은 송상, 경상을 재치고 조선 최고의 상단으로 발돋움한다. 홍경래의 무덤 앞에서 임상옥과 김삿갓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 역시 최인호 작가의 빼어난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드라마 초반에는 만상 도방 홍득주 역을 맡은 명배우 박인환의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임상옥이 한 건 할 때 마다 호탕하게 웃어 재끼는 홍득주의 모습에 어느새 내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임상옥은 여러모로 완벽해서 똥도 안 쌀 것 같은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라면 홍득주는 어딘지 모르게 투박한 구석이 있는데 이런 점이 그의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늘로 말하면 산전 수전 다 겪은 대기업 총수 쯤 되는 박주명을 연기한 이순재의 연기도 인상깊다. 비록 악역이지만, 남의 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면 큰 장사꾼이 될 수 없다는 그의 조언에서 거상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뛰어난 재주와 과묵한 성품을 지니고도 몰락한 양반가의 독과 한을 품고 점점 망가져 가는 정치수를 연기한 정보석 또한 베스트 캐스팅이라 할 만 하다.



상도에는 홍은희. 김유미, 김현주, 이아현, 채명지 같은 미녀 배우들이 쪽진머리에 한복을 입고 나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한복에 쪽진머리야 말로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듯. 헌데 쪽진머리의 단점(?)이라면 얼굴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헤어빨로 어떻게 꾸밀 수가 없기에 있는 미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여배우들의 미모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상도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미모로만 보면 얼굴 작은 배우들 중에서도 유난히 조막만한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뽐내는 김현주가 단연 1위 겠지만 마음은 왠지 김유미한테 더 끌린다. 아마 김유미가 기품 있으면서도 말못할 사연이 있는 윤채연 역할이라 그런 듯. 홍은희와 이아현도 기존의 서구적 이미지를 벗고 동양적 매력을 뽐낸다.

그런데 상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따로 있다. 임상옥의 어머니 한씨의 인품은 그 어떤 미녀의 자태보다 아름답다. 사치와 허영을 멋으로 아는 우리 자본주의 속물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소금장사로 역과 시험 준비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한다. 소금 등짐 지고 몇 십리 길을 걸을 때는 입에 단내가 날 만큼 힘이 들지만 아들에게는 언제나 '사내는 돈 몇 푼에 연연하지 말고 뜻을 크게 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결국 임상옥이 조선 최고 부자가 되어도 기와집에 비단옷 마다하고 초가에서 주막을 운영한다. 그리고 흉년이 들자 가산을 털어 고을 사람들에게 보릿쌀을 나눠준다.

홍득주와 임상옥을 보필하는 허삼보(이희도)배순탁(이계인)은 드라마 감초 역할을 한다. 둘 다 홍득주 만상의 창업 공신이며 서로 둘도 없는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나름 야무지고 유능한 배순탁과 달리 허삼보는 무능하고 우유부단하고 주먹구구식이며 기생집은 좋아하면서 마누라는 무서워하는 전형적인 꼰대 상사. 하지만 우리 상사들과 달리 허삼보는 미워할 수 없는 케릭터이다. 왜냐면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우리내 상사들이 갖추지 못한 한 가지 성품을 갖추었기 때문. 그것은 바로 인재를 알아보고 키워주는 안목과 아량. 그는 유기 등짐 사건을 통해서 임상옥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각별히 아낀다. 그리고 임상옥이 승승장구하여 자신과 같은 행수의 위치가 되고 더 나아가 상전이 되어도 조금도 시기하지 않고 임상옥을 성심을 다해 보필한다. 좀 튀고 유능해보인다 싶으면 경계하고 이용이나 해먹고 깔아뭉개려는 우리네 상사들과는 분명 하늘과 땅 차이.

대기업의 동네슈퍼 진출 뉴스를 보면서, 다녕이 어물을 매점하려는 정치수를 보고 '어물 장사는 난전 장사치(구멍가게)들이나 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어린아이 손목을 비트는 야비한 짓을 하려드느냐'며 나무라던 장면이 떠올랐다. 글쎄. 이제는 경쟁우위(자본)를 바탕으로 시장점유를 확대하는 경영전략이라고 해야 할까? 박정희식 급속 경제 성장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는 덩치는 커졌지만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 그대로인 다운 증후군에 걸리지는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

봉화 조작으로 민심을 어지럽히고 자금력을 앞세워 난전 장사치들의 생계 수단인 어물을 매점하는 정치수의 모습은 정경 유착과 언론 장악으로 세를 불리며, 혁신을 통한 세계 시장 개쳑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려는 한국 대기업, 인터넷 문화를 왜곡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포탈, 청계천 소상공인이 사실상 입주할 수 없는 가든파이브를 건설한 정부의 모습과 닮아서 안타깝다. 좁은 조선 땅에서의 소모적인 경쟁을 하기보다는 청나라(세계 시장)에 인삼(고부가가치 상품)을 팔고, 나아가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비단(기술 집약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채연의 조언과, 높은 벼슬을 마다하고 다시 상인의 자리로 돌아가는 임상옥의 모습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댓글 2개: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

trackback from: 해신 임상옥(?)
사실 필자는 최수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성이 못된 것도 아닌데 왠지 최수종이라는 배우가 싫다.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중 상당수의 드라마에서 최수종은 항상 주인공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그의 연기에는 항상 힘이 부족했다. 김영철이 궁예로 나올때까지는 왕건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지만 최수종이 왕건으로 나오자 그 뒤부터는 재미가 없어졌다. 아마 이것이 최수종 연기의 한계일 것이다. 이런 최수종에...

익명 :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