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의 허튼 소리

나는 코로나 직전부터 교회에 드문 드문 나가다, 코로나 이후부터는 아예 교회에 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어도 당분간은 교회 갈 일은 없어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 다닌 교회에 더 이상 가지 않는 이유는 언젠가부터 다닐만한 교회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강조하는 '전도'는 자기 교회로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성서가 말하는 전도는 도(道)를 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도(道)란 예수가 가신 '그 길'을 의미한다. 예수의 길을 따르는 것이 복음인 것이다. 그 길을 가본 적도 갈 마음도 없는 교회들이 부르짖는 전도는 천박한 욕망일 뿐이다.

세상은 악으로 규정하면서, 돈과 성공과 건강의 복은 여호와의 이름으로 갈망한다. 품어야 마땅한 존재들은 혐오하고, 싸우고 저항해야 할 세상은 욕망한다. 성경 구절 짜집기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낸다. 성경은 무오하다는 믿음을 강요하지만, 실은 그들에게 성경은 부적이나 다름 없다.

현재 개신교 교회 예배에서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행위는 설교인데, 설교자는 강단의 권위를 남용하며 아무말 대잔치 벌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예수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막말도 허다한데, 질문과 자성을 멈춘 대중들은 그저 무지성 아멘으로 화답하며 순종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

그나마 나은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 조차도, 자기 설교 의도가 청중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시험이라 부르는 평가 제도의 본래 취지는, 원래 학생들 줄세우고 거르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자기 수업이 효괴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함이다.

종종 사회면 장식하는 성 추문, 금전 비리, 세습 상속 따위는 백번 양보해서 일부의 문제라 치더라도, 이 시대에 우리가 마땅히 추구할 기독 신앙의 본질은 무엇이며, 현대 사회에서 교회 스스로 그토록 강조하는 신앙 공동체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교회는 드물다.

그나마 다른 시도를 하려는 대안 교회가 없지는 않은데, 이런 교회에도 불만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왜 굳이 일요일만 고집하냐는 것이다. 이런 비유 적절할 지 모르겠으나, 기왕 대형 마트와 경쟁하는 편집샵 개업하면서, 굳이 대형 마트 운영 시간과 같은 일시에 운영할 필요 있냐 이거지 내 말은.

기성 교회와 뭔가 다른 대안을 제시하려면, 그래서 기존 체제에 작은 크랙이나마 만들어 보려면, 기성 교회와 뭐라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름 의식 있다는 교회들 조차도 가만 보면 기성 교회 문화의 틀에서 크게 벋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종국에는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니 그들을 닮고 싶어 한다는 표현은 너무 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정확히 말하면 대승적 고민과 성찰 없이 그저 각자 자기 하고 싶은대로 관성대로 하는 듯. 어찌 되었던 대안을 추구하는 분들 조차 기성 교회 문화에서 자라나 익숙해진 측면이 있기에,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듯.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알쏭달쏭 디지털 세상

어쩌면 나 같은 가나안 성도가 늘어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살면서 내가 아니어야 하는 시간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 아닐까?

개인 권익이 신장된 현대 사회에서는 ‘나다움’이 중요하다. 여러 광고들도 자기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나답게’ 사는 길이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사람들 대부분이 나다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일을 통해 자아가 성취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다수의 현대 직장인들은 소위 영혼환전소라 부르는 직장에서 의미 없는 일과 시간에 내 영혼을 팔고 대가로 급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퇴근 이후와 주말 뿐인데,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퇴근 이후는 이미 녹초가 된 상태. 운동이나 하면 그나마 다행. 따라서 진정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주말 뿐이다.

교회는 성도에게 이 귀한 주말 중 하루를 마땅히 바쳐야 한다고 설파한다. 다른 봉사를 하지 않고 예배만 드려도, 예배 시간이 이른 새벽이나 저녁이 아닌 이상, 예배맨 드려도 사실상 일요일 하루는 바치는 샘이다.

교회 또한 내가 아니어야 하는 곳이다. 이는 부정적인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일주일 중 단 하루라도 나를 내려놓고 주님을 온전히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아닌 시간임은 알겠는데, 그 대가로 정말 주님을 만나기는 하냐는 의문이 들 때, 그저 기존 교회 체제 유지를 위해 동원되고 있을 뿐이 아닌가 싶을 때, 매주 교회는 나가지만 믿음 성장은 느껴지지 않을 때, 성도 입장에서는 요즘 말로 현타 쎄게 온다.

아무 의미 없이 내가 아닌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이미 주중에 충분히 하고 있는데, 이걸 굳이 귀한 주말 중 하루를 또 바쳐서 더 해야 하는 것인가? 그나마 직장은 돈이라도 주지, 교회는 오히려 내가 헌금을 내잖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마땅히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거대 담론은 제껴두고 시간 관점에서만 보자면, 현대 교회가 취할 개선점은 사뭇 분명해 보인다. 최소한의 짜투리 시간만을 요구하던가, 아님 시간을 들이는 만큼의 의미를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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