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가 바하라면, KOF, 철권 같은 대전게임의 아버지는 바로..
스트리트 파이터의 줄거리는 전 세계 무술 고수들이 모여 지존을 가린다는 내용. 근데 여기서 이런 의문을 가질 만 하다. 왜 모였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모였다. 글구 왜 모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야 어차피 백원 넣고 한 놈이라도 더 이기면 그 뿐. 이후에 KOF, 철권에선 세계를 정복하려는 악당이 초대장을 보내서 모인다는 식으로 스토리가 좀 보강된다. 하지만 이것도 좀 욱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싸움 좀 한다고 지구를 구하나 ㅋ 초사이어인이라면 또 모를까 ㅋㅋ
워낙 인기 게임인지라 헐리우드 영화로 나왔다. 주연 장클로드 반담. 퀄리티는 대충 짐작이 가지? 난 이거 봤다. 군대에서 시간 죽이며. 유니버셜 솔져급 대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뭐 평소 장형 영화보다도 마니 허접하더만.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소재 자체가 유치하자면 한 없이 유치할 수 있는 소재. 게다가 장형은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더했다. 본래 주인공인 류와 캔은 조빱으로 만들고 미군 대령 가일이 세계를 구한다는 줄거리로. 스트리트 파이터의 전설은 결국 이렇게 마감하나 했다.
헌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전설이 이어졌다. 바로 2005년 한국의 거칠마루
스트리트 파이터가 현실성있게 제대로 영화화 된 작품이라고 하겠다! 역시 줄거리는 무술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지존을 가린다는 내용. 거칠마루가 진짜 스트리트 파이터를 모토로 한 것 같진 않다. 근데 각기 다른 무술과 개성을 가진 여덟 캐릭터의 절묘한 조합도 같다. 다만 그 무대는 전 세계가 아닌 한국. 그래서 더욱 현실성있다. 일단 이들이 모이는 이유부터. 한국의 내노라 하는 고수들이 모인 인터넷 무술 동호회 무림지존.
그 곳엔 절대지존이 있다. ID 거칠마루. 그는 자칭 고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공개 결투 신청을 받아왔지만 무술인의 길이 아니라며 번번히 사양해 왔다. 이제 몇몇 사람들은 그가 글로만 고수이고 실제로는 짝퉁이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거칠마루가 드디어 맞짱 제의를 받아들인다. 무림지존 회원 중 엄선된 여덟 명의 고수가 모인다. 지구를 지키고 애인을 구하고 죽은 친구의 복수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술인으로서 대련을 통해 자기 그릇을 시험해 보기 위해.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무술영화. 이연걸 영화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실전에 가깝다. 거칠마루는 화려한 액션과 무용담 보다는 무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무술인의 진솔한 고뇌를 담고 있다. 또한 진짜 무술 고수들이 출연한 독립 장편 영화라는 점과 단 2주만에 촬영했다는 점이 더욱 흥미를 더한다.
근데 역시 싸움 영화 하면 또 파이트 클럽을 빼 놓을 수가 없다. 거칠마루가 무술 고수들의 대련이라면 파이트 클럽의 파이트는 그야말로 길거리 개싸움. 어쩌면 진정한 스트리트 파이트라 할 수 있겠군.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에서 가을의 전설을 넘어 간지의 전설로 등극. 하지만 이 영화엔 간지와 싸움만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파이트 클럽의 심오한 주제 의식을 보조하는 역할일 뿐. 파이트 클럽의 진짜 묘미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실랄한 비판과 비틀기.
회사생활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뭘까? 바로 인내. 드럽고 치사해도 돈 주니까 참으라는 거다. 이런 회사원들의 유일한 낙은 바로 점심시간. 조금이라도 싸고 맛있는 집을 찾아서 그렇게나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리고는 어이없게도 점심값보다 비싼,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은, 스타벅스 커피로 입가심 한다. 그러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회사원계의 진정한 승자는 식당 아줌마와 스타벅스 사장이 아닐까? 회사에서 하루하루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며 내 시간을 월급과 맞바꾼다. 그렇게 번 돈으로 좁아터진 서울에선 별 필요도 없는 36개월 할부 자동차와 뱃살을 가려줄 비싼 옷을 사고 해외여행 다니고 그렇게 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대량생산 대량낭비의 전형적인 산업화 라이프. (솔직히 한국에선 아반테 이상은 다 오버스펙.)
영화의 주인공도 겉보기엔 그저 말쑥한 직장인. 괴팍한 상사의 넥타이 색깔을 보며 눈치를 살피는. 결국 난 스타벅스 좋은 일만 하는건가 싶다. 출장갈 땐 언제나 이 비행기가 확 폭발해 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래주질 않고. 옆자리 승객에겐 회사의 부당한 정책을 말해주곤 한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별로 필요도 없는 접시 세트와 이케아 가구 시리즈를 사 모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사는건 좀 아닌데 싶으면서도 뭐가 문제고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불면증을 잊어보려고 고환암 환자 클럽을 찾아다니며 가짜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참고 누르다가 결국 홱 돌아버렸다. 근데 돌아도 너무 돌아서 아예 이중인격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억눌러왔던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초절정 간지포스 자유분방한 영혼 타일러(브래드피트)가 되어 그 동안 내가 아끼던 이케아 가구를 모조리 불태우고, 나를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지하 파이트클럽으로 이끈다. 사회 하층민들은 밤이면 밤마다 지하로 모여 맞장을 뜬다.
거듭된 맞장으로 물렁살이 근육으로 바뀌어갈 무렵부터는 슬슬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낮을 유린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갖은 똥폼 잡고 비싼 돈 내고 사먹는 레스토랑 스프에 오줌을 갈긴다. 갖은 잘난척은 다 하는 부자들은 음식의 맛도 모른체 그저 비싸면 좋은 건 줄 알고 돼지 오줌을 좋다고 먹는다. 이 얼마나 통쾌한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조롱인가!
하지만 그저 하층민들의 피해의식만은 아니다. 일단 파이트클럽의 창시자(주인공)가 번듯한 회사원. 파이트클럽이 최고조로 번창했을 무렵엔 경찰들 까지도 파이트클럽 회원. 결국 파이트클럽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소비자로 전락해가는, 결국엔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어지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며 하층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타일러가 상점 점원 뒷통수에 권총을 겨누고 죽기전에 지금까지 살면서 뭘 배웠고 진짜 하고 싶었던게 뭔지 말이나 해 보라고 물을 땐 왠지 내가 뜨끔해진다. 마지막에 폭탄 테러가 성공해서 자본주의 상징인 도심의 고층 건물들이 부서질 때 우리는 하나도 아쉽지가 않고 오히려 너무 통쾌하다. 다 망해버리면 내일 출근 안해도 되니까 ㅋㅋ
자본주의를 멋지게 비튼 영화가 또 있다. 바로 화성인 지구 정복(They Live). 제목처럼 외계인 영화. 외계인은 지배계급. 돈과 권력으로 인간들을 지배한다.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탐욕과 물질만능 문명에 무기력하게 복종하게 만든다. 신문, 잡지,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소비하라, 결혼하고 출산하라, 돈이 곧 정의다, 복종하라, 규칙에 따르라, 상상하지 마라, 개인적인 생각을 하지 마라, 지도층을 의심하지 마라, 미래는 낙관적이다, 비관론은 필요없다. 근데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 같지 않아? 북조선에 생활총화가 있다면 남조선엔 명절갈굼이 있다ㅋ
trackback from: 거칠마루. 싸구려 영화의 알 수 없는 매력.
답글삭제거칠마루 (Geochilmaru, 2005) 영화가 좋은 것은 어쩌면 유명 감독이 만든 이른 바 작품을 보러 간 후 느끼는 상쾌함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유명 감독의 영화는 항상 일정한 수준의 레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레벨이 항상 일정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의 슬럼프와도 닮아 있는 감독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란 굉장히 버거울 때도 있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우리는 가끔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거칠마루 ... 과연 어떤 영화인지 정말 궁금하군.. 짧게 적어놓으니까 더 그런지도..
답글삭제파이트 클럽은 뭐 두말하면 잔소리.. 난 베스트 영화엔 말 길게 안한다. 그냥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