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성경 읽기

지난 수십년간 한국 교회는 대부흥을 이뤘지만,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어쩌면 한국 교회는 지금껏 덩치만 키워온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우리의 신앙을 돌아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요?

한국 교회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정신을 되새겨야 합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솔직히 요즘 성경 너무 안 읽습니다. 평신도는 물론이고 교역자 조차 여러 업무에 치여 성경을 읽지 못한다고 합니다.

종교 개혁이 일어난 500년 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당시에는 성경이 어려운 라틴어로 쓰여있어 대중이 읽을 수 없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성경을 손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너무 바빠서 보지 못합니다.


최근 소망교회 김지철 담임 목사께서 성경 읽기 운동을 펼쳤습니다. 목사님이 제시한 방법은 맥체인 성경 읽기표, 필사, 큐티. 성경 읽기를 권하는 목사님의 의도는 참으로 시의 적절했지만, 실행 방안은 솔직히 다소 식상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성경 읽기표가 그리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계획표대로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의지를 요구하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따라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실패로 인한 좌절은 우리로 하여금 성경과 더 멀어지게 합니다.

계획대로 읽는데 성공한다면 1년 안에 신구약 66권 모두를 대강 훓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성경을 띄엄 띄엄 읽게 됩니다. 어차피 평생 반복할 책이라면, 굳이 일년 안에 전부를 훑을 필요는 없겠죠. 매일 조금씩이라도 꼼꼼히 봐도 좋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합시다. 솔직히 성경 읽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님 일을 등한시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경은 읽지 않아도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세상 공부나 일 따위는 당장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성경 읽기가 영생의 궤도에 있는 장기 과업이라면, 세상 일은 당장 급합니다. 우리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경 읽기에 많은 시간을 쓰기 어려워요. 바쁜 현대인에게 일년 일독은 버거운 목표입니다. 필사는 말 할 것도 없고요.

그렇다고 큐티를 권하는 것은 다소 위험합니다.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몇몇 구절만 임의로 뽑아서 읽는 발췌독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곡해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숭실대 권영경 교수님은 이러한 행태를 해석학적 우상 숭배라 하셨습니다.


교회가 타락할 때 루터는 성경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평생 성경 읽기 운동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또한 보다 쉽고 지속 가능한 성경 읽기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성경을 장 단위가 아닌 절 단위로 넘겨보는 것입니다.

성경을 한 절씩 끊어서 읽되, 문맥을 따라 순서대로 읽어보세요. 하루에 읽을 분량을 정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출퇴근길이든 화장실이든 틈틈히, 다만 몇 절이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하나님 만나는 느낌으로.

이렇게 하면 성경 읽기 부담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느리더라도 꼼꼼히 읽게 되고요. 외국어 성경 읽기에도 좋습니다. 한 절씩 넘겨보는 성경 어플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이러한 방식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년 일독, 성경 필사 같은 기존의 읽기 방식이 성경을 빠른 시간 안에 정복하는 느낌이라면, 지금 제안하는 한 절씩 순서대로 넘겨보는 방법은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바쁜 일상 속애서 언제나 성경과 함께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영어 공부와 성경 읽기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바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빨리 많이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일단은 가장 작게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마틴 루터는 '말씀과 그리스도를 자기 안에 잘 형성하여, 이 신앙을 부단히 단련하고 강화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단 하나의 행위이자 수행'이라고 적었습니다. 매일 성경을 읽는 것이야 말로 영생의 사귐의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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