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네트워크

님은 꿈이 뭔가요? 오랜만에 듣는 뻔하지만 늘 새로운 질문에, 늘 그렇듯 묵직한 주마등이 밀려와 말문이 막혔다.

나의 도전 혹은 방황은 대학에서 우연히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론을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학교가 지식 함양과 사회화에 필수적인 교육 기관이라는 통념과 달리 단지 기존 사회 체제 유지에 기여할 뿐이라 말했고, 이러한 체제는 화폐 가치를 지니는 졸업장 발행으로 공고히 유지된다 말했다.

나름 우등생이고 모범생 같지만 실은 뭔가 이상하다는 어렴풋한 의구심을 늘 품었던 나는 탈학교론을 접하자마자 무릎을 쳤다.

1970년대 이반 일리치가 제시한 대안은 자원 동료 멘토가 연결된 학습 네트워크. 그런데 내가 탈학교론을 접한 2000년대에는 학습 네트워크 개념이 이미 실체화되어 있었다. 바로 월드 와이드 웹!

당시 나는 경영학과 재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용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두껍고 허접한 원고를 들고 여기 저기 다니며 학교를 부수겠다는 치기 어린 열정으로 출판을 시도했다. 이러한 객기는 결국 웹2 시대를 거쳐 스타트업 창업 시도로 이어졌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지식 정보로 차고 넘쳐 사람들은 서핑의 즐거움보다 정보 피로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지 이미 오래지만, 학교 체제는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고하고 기형적이다.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내 꿈은 이반 일리치가 제시한 학습 네트워크 개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실체화된 웹을 보다 학습 네트워크 답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는 마치 튕겨져 나와 멈춰버린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아마 평생 멈추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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