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스트 시대의 읽기 습관

대딩때 교육학과 수업에서 하이퍼텍스트 이론을 접했다. 하이퍼텍스트 좋은건 충분히 알겠는데 그래도 전반적인 읽기 습관이 비(직)선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좀 오바 아니겠냐는 발표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얼추 맞는 말 같다 ㅎㅎ

개념적 이론적 관점에 따르면, 사소한 댓글이나 B급 동인지 역시 능동적인 글쓰기에 해당한다. 이론가 란도는 빵터지는 댓글보다는 진지한 트랙백을 더 기대했던 것 같기는 하다만, 원래 이론과 현실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하이퍼텍스트 시대의 읽기 습관은 비선형적 연속성을 띌 것이라는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술적으로는 비선형적이고 연속적인 읽기 환경이 구현되었지만, 읽기 습관은 오히려 비연속적으로 분절되었고, 일부 컨텐츠는 원자화 되었다.


단절되고 수동적인 읽기 습관은 정보 피로감에서 비롯한다. 자칫 쓸데없는 정보에 시간을 낭비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정보의 바다를 보다 능동적으로 탐험하기 보다는 오히려 수동적으로 정보를 선별하려고만 든다.

그런데 사실 쓸데없는 정보란 없다.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따분하거나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보고 들은 모든 지식과 정보는 뇌에서 끊임없이 융합한다.

여러 맥락을 쉴세없이 넘나드는 비선형적 읽기는, 왠지 멋져보이고 때때로 큰 즐거움을 주지만 정보 피로감을 더하기도 한다. 하이퍼텍스트의 비선형성은 사람의 연상과 유추 과정을 닮았지만, 정보 습득 과정과는 조금 다르다.


뇌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 때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어 나가지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복잡도를 거부하고 단순함을 추구한다. 따라서 사람은 보통 선형적으로 읽고, 맥락 하나를 완전히 끝내야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비선형적 연속성을 가진 하이퍼텍스트 환경과 (직)선형적이고 연속적인 읽기 습관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 아닐런지. 이러한 읽기 경험은 이미 인터넷 신문사나 블로그에서 일부 제공되고 있다.

읽기는 재미있고 유익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어렵다. 보통 사람이 읽기를 보다 재미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일련의 규칙을 제공한다면 이 또한 하이퍼텍스트 시대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의미있는 시도가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