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7일 화요일

사람 닮은 로봇은 과연 필요한가?

혹시 탐구생활을 기억하시는지? 초딩시절, 우리들의 즐거운 방학에 항상 찜찜함을 남겼던 바로 그 책! 방학이 끝날 무렵엔 밀렸던 방학숙제와 일기장에 두달치 날씨를 조작하느라 힘들었지. 요즘엔 검색해보면 두달치 날씨쯤 금방 알 수 있겠군. 세상 참 좋아졌어. 근데 탐구생활이 방학숙제만 아니라면 꽤나 재미있는 읽을거리지. 특히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바로 해저도시! ‘바다의 넓이는 육지의 두 배! 인류는 왜 육지에서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도발적인 문구와 바다 밑 고급 레스토랑의 단란한 가족 그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로봇 이야기도 종종 등장했다. 21세기에는 시종 로봇들이 빨래 설거지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바다 밑 도시를 건설하지도 않았고 로봇이 우리 시중을 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발전은 생각보다 느린 것인가? 난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해저도시나 시종로봇보다 더 자유롭고 효율적인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웹이며 웹은 결국 궁극의 미래인 가상현실로 발전할 것이다. 요즘 뜨는 3D Game <Second Life>가 이런 경향 위에 있다고 본다.

가상현실에선 영화 <Matrix> 에서 나오는 것처럼 상상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바다 밑에 번거로운 공사를 할 필요도, 우리 시종을 들 로봇도 필요가 없다. 지난 9월 웹의 미래가 궁극적으로는 가상현실이라는 글을 포스팅하여 Lift Conference 에 초청받았다. Lift Conference 에서도 로봇은 등장했다. 춤추는 휴머노이드는 분명 귀엽고 신기했다. 하지만 What else?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로봇 다운 로봇'을 만드는 데 들인다면 더 뛰어나고 쓸모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군사적 관점에서도 휴머노이드에 대해서는 나는 다소 회의적이다. 굳이 인간을 닮은 마린 보병 로봇 하나를 만드느니 그 돈과 노력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편이 전쟁에 있어 훨씬 효과적일 테니까. 군사 로봇을 만들자면 굳이 사람을 닮기 보다는 영화<Minority Report> 에서처럼 곤충을 닮은 정찰로봇 같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은폐 엄폐가 전장의 기본이거늘, 로봇이 사람처럼 클 이유가 없다. 군사로봇은 거미, 모기처럼 작아야 한다.

결국 내 생각은 지금 우리는 로봇에 너무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상현실로 나아갈 경우 우리를 시중들 휴머노이드 따위는 별 필요가 없다. 굳이 그런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로봇이 전혀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휴머노이드에 대해 너무 열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공장의 수 많은 로봇들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엔 휴머노이드는 미래 로봇으로서 보다는 의학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로봇이 사람의 신체 일부 기능을 대신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실현하는 도구로서 말이다.

<링크(A. L. 바바라시)>에도 (검색)로봇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 있다. 소개하며 로봇에 대한 포스팅을 마친다.

"세기말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모든 일상사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 탐독했던 책들 그러니까 공상과학 소설의 작가들이나 다른 몽상가들의 영향으로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새 천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미천한 하인, 곧 로봇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 소리소문 없이 슬며시 다가온 로봇들이 있다. 이것들은 늘 걱정에 잠겨 있는 C3PO의 금빛 찬란한 갑옷도 입고 있지 않으며 R2D2 처럼 즐겁게 휘파람을 불지도 않는다.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은 우리 인간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유클리도 공간에 더 이상 혼잡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따위에는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슬기로움마저 지니고 있다. 이렇듯 21세기의 로봇은 눈에 보이지 않은 무형의 존재이다! 대신 이 로봇은 가상 시계에 존재하며 그 덕택에 너무나도 손쉽게 대륙에서 대륙으로 새계 도처를 돌아다닌다. 컴퓨터 모니터를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보더라도 이 로봇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 로봇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한가? 답을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웹사이트를 방문했던 기록을 상세히 담고 있는 로그 파일(log file)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그 속에는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수백만게에 달하는 웹페이지를 검색하여 일일히 인덱스 하는 검색엔진의 로봇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검색엔진의 로봇(robot.txt)이야 말로 인류가 생각해낸 것 가운데 가장 생색나지 않으면서도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을 쉴 새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개의 댓글:

  1. trackback from: 왜 사람들은 굳이 인간형 로봇을 꿈꾸는가?
    사실 나는 인간형 로봇 연구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하고 있는 일이 이런 쪽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각에 큰 변함은 없다. 사람과 닮은 로봇은 확실히 친근하다. 아니, 사람을 닮아서 친근하다기보다는 친근함을 주기 위해 사람을 닮게 하는 것이겠지. 다각형보다는 원을, 직선보다는 곡선을, 그렇게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다. 바퀴로 움직이기보다는 다리를, 그것도 사람과 마찬가지인 2개의 다리를 목표로 수많은 연구원들이 머리를 싸멘다. 2족 보행은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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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실 열심히들 개발하고 있지만, 워낙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그 갭을 채우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더디게 더디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답니다. 아직 인간다운 지능을 보유하진 못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행동을 흉내내고 있고, 점차 더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뭐, 꼭 그것이 유형일 필요는 없다고 저 역시 동감합니다. 유비쿼터스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로봇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지요. 양쪽 다 발전하길 기대하고, 노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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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요.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착하는 경향은 그것이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궁극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얻는 노하우도 무시하지 못하구요.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아시모라는 2족보행 휴머노이드를 이미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개발하고 계속 개선하는 것은 그것이 '이동'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반신 불구인 사람이 그런 2족 보행 로봇의 도움을 바탕으로 등산을 한다거나 팔이 없는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손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해 보시면 되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율의 로봇 또한 다양하게 연구/개발되고 있으면서 동시에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그 앞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과 발명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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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ahabanya - 2009/10/28 01:39
    본문에 적었듯이 저도 휴머노이드의 의학적 가치는 인정합니다. 얼마전 개봉한 써로게이트에 나오는 것 처럼 로봇이 사람 몸의 일부를 대신하는 트렌스 휴머니즘을 이루는 도구로서요.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궁극형 로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굳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 각자 주어진 용도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하는게 비용이나 효과 모두에서 더 나은 길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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