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Matrix

영화 매트릭스의 시대적 배경은 2199 년 경. 기계 문명을 극도로 발전시킨 인류는 결국 로봇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로봇은 점점 더 발달하고 마침내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는다. 그러자 거꾸로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해진 인류는 결국 로봇을 폐기처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리 없다. 결국 인류와 로봇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인간이 이기기엔 로봇은 너무 강해져 있었다. 궁지에 몰린 인간은 결국 로봇의 동력인 태양을 부셔 버린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인류는 태양 에너지를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마지막 도시 자이언(Zion)이 지하 깊숙히 있는 것으로 보아 지열인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인간은 태양 부수기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로봇의 베터리가 되고 만다.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능력마저 있었던 것. 로봇은 곧 인간의 몸에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내고 인간을 동력으로 사용한다. 인간은 결국 매트릭스의 건전지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매트릭스는 인공자궁에서 인간을 재배한다. 그 안에서 태어난 인간은 평생 눈 한 번 제대로 떠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겉으로 보기엔 좁은 기계 자궁안에 웅크리고만 있는 식물인간 같다. 매트릭스는 자궁 속 인간에게 완벽한 가상현실을 살아가도록 한다. 인류는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 속 1999년의 하루를 살아간다.


매트릭스는 인공자궁이며 또한 가상현실이다. 매트릭스에서 사람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육즙이 풍부한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는 사람의 뇌에 스테이크의 맛과 향을 입력한다. 물론 레스토랑도 스테이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기계 자궁 안에서 눈알만 굴리고 있을 뿐. 그런데 그런 완벽한 가상현실에도 버그는 있었는지 가상현실을 거부하고 깨어난 이들이 있다.

모피어스는 매트릭스의 존재를 깨닫고 깨어난 이들을 모아 느부갓네살호를 타고 매트릭스에 저항한다. 그리고 매트릭스에서 인류를 구원할 존재(Neo)를 찾아 나선다. 느부갓네살호에서 Matrix 에 접속할 때는 연수에 플러그를 꼽는다. 매트릭스 안의 모든 상황을 정신만으로 컨트롤한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매트릭스 안에서는 사람이 마음 먹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다만 영화 속에서는 사람마다 매트릭스 컨트롤 능력이 조금씩 다르고, 네오만이 매트릭스 관리자 마저도 뛰어 넘는 궁극의 컨트롤 능력을 가진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궁극의 가상현실이 인류를 위해 긍정즉으로만 사용된다면 이 보다 더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보장하는 것도 없다. 매트릭스 안에서는 공부나 연습을 할 필요도 없다. 네오처럼 불과 수 초 만에 쿵푸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 USB 에 파일 저장하듯 뇌에 쿵푸 메뉴얼을 입력만 하면 되니까.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영어, 중국어 등 각종 외국어도 단 숨에 익힐 수 있겠지.

정말 이런 가상현실이 있다면 우리는 돈을 벌 필요도 없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명품 옷을 휘두르고 빨간색 스포츠 카를 타고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여자 친구와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먹는다 한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가상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니까. 결국 인류는 자원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전제 조건인 자원의 희소성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자체가 필요없어 진다. 사람은 그저 놀고 먹으며 기계가 못하는 예술을 하면 된다.

자본주의 발달로 고도화된 기술이 자본주의를 극복할 실마리인 가상현실을 낳는다. 지금의 웹이 진화를 거듭하면 이러한 가상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공짜가 되는 가상현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기술진보를 통해서 재화의 가격을 끊임없이 낮춰왔다. 지금은 그냥 고철에 불과한 16비트 컴퓨터가 불과 십수년 전엔 수 백만원이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장 비싼 자원인 지식과 정보가 웹을 통해서 이제는 거의 공짜 수준의 것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위키피디아에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처음으로 예견한 사람은 마르크스지만 이를 실현한 사람은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라는 정보가 수록될 지도 모르겠다.


매트릭스는 인생무상을 논한다. 그런데 그 접근 방식이 철학적이라기 보다 지극히 기술적이다. 인류가 보고 느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몸 속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되서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가상현실은 이 신호들을 완벽하게 해석한다. 따라서 가상현실에서 인류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피어스는 이러한 가상현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우리가 사는 현실이 가상현실과 무엇이 다르냐고.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도 결국 우리 몸 속의 전기 신호일 뿐, 우리가 사는 현실도 결국 가상현실이라는 것. 이는 장자의 인생무상 철학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깨달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동양 철학은 고도로 발달한 서양 기술에 의해 너무도 완벽하게 구현된다. 장자가 말했던 인생의 덧없음을 연륜과 지혜가 담긴 철학적 선문답이 아닌 기술로서 과학적으로 구현했다.

지금까지 말한 로봇, 에너지, 가상현실, 자본주의, 인생무상 이딴 것들엔 아무 관심 없더라도, 스릴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와 참신한 촬영 기법과 화려한 액션만으로도 매트릭스는 최고의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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