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3일 수요일

매트릭스로 보는 어둠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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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가 인류 종말을 예고했던 1999 년. 1999 년을 전후로 인류는 마치 종말을 준비라도 하듯 엄청난 문화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벤쳐해적만화 원피스가 출항했고, 브래드피트는 파이트클럽에서 물질만능 자본주의를 조롱하며 가을의 전설을 넘어 간지의 전설이 되었다. 이 밖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말 문화적으로 풍성했던 시기. 그런데 만약 그런 1999 년 걸작들 중 최고의 것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바로 Matrix 가 있기 때문.

그리고 이건 번외로 1999 년에 99 학번으로 내가 대학에 들어갔다. 그 좋은 시기에 대학생이 되었으니 참 좋았겠다고? 문화적 풍성함은 물론 IT 버블까지 경험한 정말 좋은 시기였다. 근데 난 너무 뭘 몰랐지. 세상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나 자신 조차도. 게다가 집안도 기울었다. 참 좋은 시대에 꽃다운 스무살을 맞이지만, 난 그런 시절을 보낼만한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했다. 그저 수학의 정석이나 풀 줄 알았지.. 똥구멍에 바람만 들어가지고.. 뭐 이런 한심한 성장 스토리는 접고 다시 본론으로..


아마게돈
Matrix 의 시대적 배경은 2199 년 경의 미래. 인류는 기계문명을 점점 더 고도화 시키고 결국에는 로봇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로봇은 점점 더 발달하고 마침내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추게 된다. 그러자 거꾸로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해진 인류는 결국 로봇을 폐기처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리 없다. 결국 인류와 로봇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인간이 이기기엔 로봇은 너무 강해져 있었다. 궁지에 몰린 인간은 결국 로봇이 동력으로 의지하는 태양을 부수어 버린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인류는 태양 에너지를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인류의 마지막 도시 자이언(Zion)이 지하 깊숙히 있는 것으로 보아 지열인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인간은 태양을 부수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로봇의 노예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베터리가 되고 만다.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능력마저 있었던 것. 로봇은 곧 인간의 몸에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내고 인간을 동력으로 사용한다. 인간은 결국 Matrix 의 건전지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가상현실
Marix 는 인공자궁에서 인간을 재배한다. 그 안에서 태어난 인간은 평생 눈 한 번 제대로 떠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겉으로 보기엔 좁은 기계 자궁안에 웅크리고만 있는 식물인간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Matrix 는 자궁 속 인간에게 완벽한 가상현실을 살아가도록 한다. 인류는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 속의 1999 년의 어느 하루를 살아간다.

Matrix인공자궁이며 또한 가상현실이다. Matrix 에서 사람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육즙이 풍부한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면, Matrix 는 사람의 뇌에 스테이크의 맛과 향을 입력한다. 물론 레스토랑도 스테이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기계 자궁 안에서 눈알만 굴리고 있을 뿐. 그런데 그런 완벽한 가상현실에도 버그는 있었는지 가상현실을 거부하고 깨어난 이들이 있다.

모피어스는 Matrix 의 존재를 깨닫고 깨어난 이들을 모아 느부갓네살호를 타고 Matrix 에 저항한다. 그리고 Matrix 에서 인류를 구원할 존재(Neo)를 찾아 나선다. 느부갓네살호에서 Matrix 에 접속할 때는 연수에 플러그를 꼽는다. Matix 안의 모든 상황을 정신만으로 컨트롤한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Matrix 안에서는 사람이 마음 먹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Matrix 안에서는 공부나 연습을 할 필요도 없다. 네오처럼 불과 수 초 만에 쿵푸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 USB 에 파일 저장하듯 뇌에 쿵푸 메뉴얼을 입력만 하면 되니까. (물론 영화 속에서는 사람마다 Matrix 컨트롤 능력이 조금씩 다르고, Neo 만이 Matrix 관리자 마저도 뛰어 넘는 궁극의 컨트롤 능력을 가진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궁극의 가상현실이 인류를 위해 긍정즉으로만 사용된다면 이 보다 더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보장하는 것도 없다.

정말 이런 가상현실이 있다면 우리는 돈을 벌 필요도 심지어 공부할 필요도 없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명품 옷을 휘두르고 빨간색 스포츠 카를 타고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여자 친구와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먹는다 한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가상의 것이니까. 가상현실은 완벽해서 진짜와 별 차이는 없다. 따라서 인류는 자원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도 필요없다. 사람은 그저 놀고 먹으며 기계가 못하는 예술을 하면 된다.

자본주의 발달로 고도화된 기술이 자본주의를 극복할 실마리인 가상현실을 낳는다. 지금의 이 진화를 거듭하면 이러한 가상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공짜가 되는 가상현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기술진보를 통해서 재화의 가격을 끊임없이 낮춰왔다. 지금은 그냥 고철에 불과한 16비트 컴퓨터가 불과 십수년 전엔 수 백만원이었다.




인생무상

Matrix 는 인생무상을 논한다. 그런데 그 접근 방식이 철학적이라기 보다 지극히 기술적이다. 인류가 보고 느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몸 속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되서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가상현실은 이 신호들을 완벽하게 해석한다. 따라서 가상현실에서 인류는 현실과 다를 바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피어스는 이러한 가상현실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우리가 사는 현실이 기계어로 코딩된 가상현실과 무엇이 다르냐고.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도 결국 우리 몸 속의 전기 신호일 뿐, 우리가 사는 현실도 결국 가상현실이라는 것. 이는 장자의 인생무상 철학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깨달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동양)철학은 고도로 발달한 (서양)기술에 의해서 너무도 완벽하게 증명된다. 노자와 장자가 말했던 인생의 덧없음을 연륜과 지혜가 담긴 철학적 선문답이 아닌 IT, BT 기술로서 과학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Matrix 주인공들은 나쁜 가상현실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하지만 실은 우리는 우리로 하여금 부조리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가상현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덧없는 현실은 결국 가상현실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싸워야 할 가상현실은 바로 우리가 사는 부조리한 현실과 그 현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고정 관념일 것이다.




What is real?
How do you define real?
If you're talking about what you can feel,
what you can smell, what you can taste and see
then real is simply electrical signals interpreted by your brain.


아무튼 최고
지금까지 말한 로봇, 에너지, 가상현실, 자본주의, 인생무상 이딴 것들엔 아무 관심 없더라도, 스릴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트리니티의 날라차기와 네오의 총알 피하기 만으로도 Matrix 는 최고의 영화다. 순간적으로 동작이 느려지는 촬영기법은 Matrix 이후의 모든 영화에 영향을 주었다. 심지어 메트릭스(FX) 무브는 팝핀댄스에도 영향을 주었.


I know you're out there. I can feel you now. I know that you're afraid. You're afraid of us. You're afraid of change. I don't know the future. I didn't came here to tell you how this is going to end. I came here to teel you how it's going to begin. I'm going to hang up this phone. And then I'm going to show these people what you don't want them to see. I'm goint go show them a world without you. A world without rules and controls, without borders or boundaries. A world where anything is possible. Where we go from there is a choice I leave to you. - from Matrix, Neo's last naration

2 개의 댓글:

  1. 조금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 매트릭스 관련 글 하나 트랙백 합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정말 걸작 가운데 하나죠.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혁명적인 화면들은 차치하고라도 그 내용의 깊이, 대사, 설정, 인물 사이의 관계...세계관!!!



    양파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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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매트릭스 속의 다 빈치 코드
    매트릭스 속의 다 빈치 코드 매트릭스 속의 다 빈치 코드   일단 이 글은 예전에 네이버에 올렸던 글이 베스트로 가버리면서 여러 사람들과 의견교환까지 마친 글이다.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 받았음에도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내용중에 눈에 띄게 틀린 부분만 수정하여 다시 올린다.(이미 스크랩도 많이 되었고 어찌보면 욕도 많이 먹은 글이지만-_-;;) 얼마전 베스트셀러인 '다 빈치 코드'를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한다. 그 생각이란 [워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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