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을 위한 영어 공부 방법

일단 내 영어 실력부터 밝히겠다. 일상 영어 회와와 업무 의사 소통 가능. 토익 945. 어학 연수는 다녀오지 않았다. 외국에서 살다 오지도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친지 방문차 미국에 한 달 다녀온 것이 전부. 학원 경험은 중고생 시절 입시 보습 학원과 원어민 회화 수업 6개월이 전부. (학원 다니는 동안은 수업 빼먹지 않고 성실하게 개근했다.) 사립 초등학교 나와서 또래보다 영어 공부를 좀 일찍 시작은 했는데, 그래봐야 요즘 초등학교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영어 수업 정도.

한국에선 영어 잘하면 과도하게 대접받는다. 그러다보니 영어는 돈이 되고, 토익 만점자는 물론 네이티브 수준의 회화를 구사하는 고수들도 많다. 그들은 이미 많은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영어 공부 어쩌구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짓인지도. 하지만 어쩌면 초고수 보다는 차라리 나 같은 사람이 보통 사람들에게 더 피부로 와닿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쓴다.

뭐든 그렇지만 즐기면서 재밌게 할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언어 공부는 특히 그렇다. 그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겹고 힘들다. 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재밌다. 서두르지 않고 즐기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최소한 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영어 공부방법을 살펴보자.


문법 공부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로 하되 핵심만 챙겨라

난 과외하면서 영어와 수학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학은 어느 천재가 법칙과 원리를 밝혀내어 그것이 규칙과 명제가 되고 그걸 다른 많은 사람들이 배우는 것이다. 반면에 영어는 처음부터 어떤 언어의 천재가 문법이란걸 만들어서 모두에게 배포한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언어 습관들이 모여서 규칙이 된 것이다.'

언어 습관이 이미 몸에 벤 사람이라면 따로 문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 쯤에 이미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우리가 그 때 까지 따로 문법 공부를 한 적이 있나? 없다! 사실 영어 문법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매일 영어에 노출되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면. 헌데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약간의 인위적인 문법 공부는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 일단은 정말 중요하고 뼈대가 되는 규칙들만 알면 된다. 특히 원활한 독해를 위해서는 단어의 품사와 문장의 형식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부러 어려운 교제를 고를 필요는 없다. 자기 수준에 맞는 적당한 기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있게 보기 바란다. 이 정도면 토익 대비도 가능. 고교 수준 이상의 문법을 충분히 익혔다면, 영문 문법 교제를 보는 것도 실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단어를 따로 외우는건 좋지 않다. 근데 조금은 어쩔 수 없다.

단어도 문법과 마찬가지다. 내가 매일 같이 영어로 된 글을 읽고 회화를 한다면 굳이 단어를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근데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인위적인 단어 외우기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외울 필요는 없다. 22000, 33000 이런 책 별로다. 사놓고 끝까지 보는 사람도 잘 없을 뿐더러 끝까지 다 본다 한들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또 많이 까먹는다. 근데 아는 동생이 군대에서 2년 동안 22000 을 아주 깡끄리 외워 왔는데 확실히 고급 영어를 구사하긴 한다.

뭐든지 일단 있으면 좋고 하면 나쁘진 않다. 근데 문제는 기회비용 아니겠는가. 그거 할 시간에 다른 더 좋은 걸 할 수도 있는거니까. 시간을 쏟아서 얻는 것 보다 포기하는게 더 크다면 그건 결국 나쁜거다. 뭐 선택은 본인이 하는거고. 인위적으로 외우는건 고교 영단어 수준 정도까지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 정도면 토익까지도 충분히 커버 된다. 더 이상은 독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면 된다. 영단어 교제로는 아직까지 어원별로 정리된 이찬승의 능률 보케뷸러리 만한 책을 못봤다.


영어를 공부하되 영어로 공부하지 마라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영어 공부 조언 중 하나는 영어'를' 공부하되 영어'로' 공부하지 말라는거다. 간혹 영어 독해와 학과 공부 두 마리 토키를 잡겠다고 영어 원서 독파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물론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한다면야 어떻게든 가능할 지도. 하지만 영어로 책을 보면 한국어 책을 보는 것 보다 4~10배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번역된 문서가 없거나 번역판이 너무 후진 경우라면 두려워 말고 영어로 공부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본인 나이와 상관없이 중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라. 독해 뿐 아니라 문법, 단어 모두 다 마찬가지. 모르는건 부끄러운게 아니다. 모르는걸 아는 척 하는게 부끄러운거다. 일단 고등학교 수준의 독해 능력을 갖추자. 중고교 독해 참고서는 서점에 너무 많으니까 맘에 드는걸 골르면 되겠다. 책의 내용보다 중요한건 그걸 끝까지 보느냐 아니냐다. 서두르지 말라. 다만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하루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해서 나를 꾸준히 영어에 노출시켜라.

영어 독해의 핵심은 일단 문장의 주어와 동사를 찾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문장에는 각각 하나의 주어와 동사가 존재한다. 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번역하려면 한 문장을 앞 뒤로 옮겨가며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헛갈린다. 영어 독해를 공부할 때는 너무 완벽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뜻만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해석은 앞 뒤로 옮겨가며 하지 말고 일단 그냥 직선으로 한다.

고교 수준의 독해 능력을 갖춘 다음부터는 독해 문제집을 따로 돈 주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 너무 많은 독해 학습 자료가 있다. 영어로 된 신문 기사나 블로그 글 중에서 관심 가는걸 골라서 독해해보자. 꼭 정치 경제 이런 글 아니라도 된다. 연예인 가십거리라도 상관없다. 물론 너무 길 필요도 없다. 모르는 영단어는 인터넷 사전 찾아보면 된다. 몰라서 찾아본 단어를 공책에 적어두고 뭐 이런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비추다. 왜냐면 이렇게 하면 역시나 재미가 없다.

고교 수준의 영어를 갖췄다면 그 다음부터는 영어를 공부하기 보다는 영어를 즐기고 활용하면서 배우자는 것이 내 지론. 따라서 처음부터 토익 토플 같은 시험 교제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 역시 비추. 평소에는 먼저 영어의 기본을 다지고 그 다음 미국 문화 자체를 즐기면서 영어 실력을 쌓다가, 토익이나 토플 같은 시험 성적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시험 보기 한 1년 전부터 내가 점수가 필요한 시험을 대비하는 교제를 통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영어 실력을 시험 점수화 하면 된다.


회화는 일단 질르고 봐라

회화 솔직히 별거 없다. 겁내지 말고 일단 질러라. 틀려도 좋다. 영단어 영문법 백날 외워봐야 입 못열면 말짱 꽝. 틀려도 된다. 틀리는거 두려워할 필요 없다. 머리 검고 눈 검은 우리가 영어를 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거다. 미녀들의 수다를 본 적이 있는가? 거기 보면 금발에 푸른 눈의 아가씨들이 한국말을 한다. 정말 유창하게 하는 친구도 있지만 버벅데는 친구도 있다. 근데 우리말 버벅데는 외국인 보면 병신같나? 아니다. 외국인이 어떻게 저렇게 한국말을 잘하나 신기하다. 우리도 마찬가지. 우리가 영어를 버벅데면서 하는건 부끄러운게 아니라 미국인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대단한거다.

문법 하나도 안 맞아도 된다. 의사 전달만 되면 된다. 그게 언어다. 문법 지킬려고 말하는거 아니다. 내 의사를 전달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네이티브 스피커일 수록 문법에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가 짜장면 시킬 때 '여기에 짜장면 두 릇과 짬봉 한 그릇을 좀 가져다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나? 아니다. '여기 짱개 둘 짬뽕 하나 단무지 많이 주세요' 이러지. 영어도 마찬가지. 너무 문법적으로 올바른 말을 하려고들면 입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단 질러라.

회화 공부 할 때는 영어를 최대한 굴려라. 혀에 빠다 이빠이 발러라. 잘난 척 하려는게 아니라 영어 공부 하려고 굴리는거다. 남들이 뭐라 하건 신경쓰지 마라. 남이 내 공부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최대한 미국인하고 비슷하게 해봐라. 그래야 영어가 는다. 발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발음이 좋지 않으면 스스로 주눅이 들어 막 지르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식 발음으로 계속 하다보면 나중에 버릇되서 고치기도 힘들다. 물론 발음 좀 안 좋더라도 막 지르는 태도는 바람직 ㅎㅎ

우리는 회화를 할 때 대부분 한국어로 생각하고 이걸 번역해서 입으로 말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입이 안 떨어지. 한국어로 생각하는건 너무 유창한데 그걸 표현할 영어 실력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니까. 따라서 회화를 할 때는 아예 영어로 생각해라. 이게 말이 되냐고? 어떻게 영어로 생각하냐고? 말이 충분히 된다. 단 한국어로 생각하는 것 만큼 조리있고 풍부하게 의사 전달을 할 수는 없다. 말빨을 세울 수는 없다. 한국어로 생각할 때 보다 조금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럼 그 조금만 말하면 된다. 물론 영어로 생각한다는게 처음엔 잘 안된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해보면 익숙해진다.

장담하는데 이렇게 몇 번 지르다 보면 영어 회화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 것이다. 영어 회화 정말 별거 없다. 일상회화는 중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과 용기만 있으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하지만 이 수준에만 머무르면 고급 영어나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전에서는 일단 깡다구로 지르되, 거기서 만족하지 말고 집에 돌아와서는 꾸준히 영어 실력을 쌓아나가자. 그러면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이 갖춰진 상태라면 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도 좋다. 솔직히 토익 독해 리스닝 이런건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 근데 회화는 좀 다르다. 왠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혼자 벽보고 말한다던지 이태원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외국인 붙잡고 이야기 한다던지 이런게 잘 안되니까. 심지어 회화 학원에 가서도 부끄러워 입을 떼지 못하기도 한다. 계속 말하지만 부끄러울 필요 없다. 영어 회화는 일단 지르는 것이 반이다.


리스닝은 대중적인 매체로 부담없이 시작하라

1999년에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책이 유행했다. 나도 하나 샀는데 곧 버렸다. 그 책의 공부 방법은 일단 토익 테이프 한개를 보름 동안 반복해서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게 정말 영어 공부 안하는거 맞나? 졸라 빡세게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에서는 팝송으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팝송은 일상 영어가 아니라 일종의 시라는 것.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겨운 토익 테이프 따위 계속 들으며 스스로를 괴롭하느니 나 같으면 우선 팝송으로 재밌게 배우겠다. 재미있고 유용한 리스닝 공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스크립트를 제공하는 온라인 뉴스 매체를 활용하면 듣기와 읽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음은 물론 시사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도 좋다. 근데 처음부터 영어 자막으로 보면 재미가 없을 수 있으니, 먼저 한국어 자막으로 보고 영어 자막으로 다시 보는 것도 좋다. 영어 라디오를 듣는 것도 일상 속에서 영어를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영어와 영어권 문화 자체를 즐긴다면 영어 실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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